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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71) 안성 안일옥] 설렁탕이 주는 행복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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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71) 안성 안일옥] 설렁탕이 주는 행복한 맛

우리는 요즘 먹거리의 풍요속에 수많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트랜디한 음식들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일까. 맛의 본질과 의미를 잃어간다.

주변을 돌아보면 노포식당을 찾아다니면서 맛의 본질을 찾을려는 식객들을 종종 본다. 식객들은 무엇때문에 노포식당을 찾을까? 늙을 노(老), 가게 포(鋪).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오래된 가게를 의미한다.
노포식당은 대대로 가업을 계승하여 맛을 이어간다. 필자는 아주 오래된 노포식당을 좋아한다. 가끔씩은 노포식당에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뭉클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노포 식당이 주는 의미는 단순함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옛추억을 돌아보고 맛의 참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노포식당에서 맛보는 의미는 남다르다. 노포식당은 아날로그 정서가 살아 숨쉬고 오랜시간 동안 지역민들과 동고동락해 와 지켜야 하고 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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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필자는 조선시대부터 수원, 개성과 더불어 3대 우시장으로 유명한 안성으로 맛을 찾아 나섰다. 안성에는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안일옥이 있다. 안일옥은 우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탕은 소고기가 들어간 설렁탕, 소머리국밥, 도가니탕 등 모든 것을 일컬어 말한다. 안일옥의 역사는 1대 故 이성례 할머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920년대 말 안성장터 한 귀퉁이에서 작은 무쇠솥 하나 걸어놓고 국밥을 판게 시초였다.

그리고 며느리인 2대 故 이양귀비 할머니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안성 시내에 정식으로 가게를 내고 '안성에서 제일 편안한 집'이라는 뜻을 담은 '안일옥'이라는 간판을 달고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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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안일옥의 설렁탕.이미지 확대보기
안성 안일옥의 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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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한옥의 외향은 단연 돋보였다. 오래된 기왓장에서 100년의 역사가 느껴졌다. 한식재단에서 출간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에서 안일옥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오래된 식당으로 소개되어 있다. 난로 너머사이로 보이는 실내의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바닥은 오래된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설렁탕은 한국인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있는 대표적 소울푸드다. 진한국물과 고기 한 점은 먹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뚝배기속에 담겨진 국물은 뽀얗다. 첫숟가락을 떠서 입으로 넣어본다. 고소한 맛에 풍미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목젓을 타고 내려가면서 육향의 구수함이 올라온다.

파향이 더해진 국물 맛은 먹을수록 깔끔했다. 그리고 국물속에 담겨진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했다. 먹을수록 이곳의 맛은 서서히 혀에서 뇌리로 각인이 되는 것 같다. 꾸밈없는 진짜배기 맛이었다. 설렁탕 한그릇에 행복함이 담겨져 있었다.

설렁탕 한그릇 속에 담겨진 뜨거움을 맛봤다. 오랜세월 동안 맛을 이어온 뜨거움의 진정성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