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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아웃의 진실] GS25 '한끼 스테이크' 직접 구워 먹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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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아웃의 진실] GS25 '한끼 스테이크' 직접 구워 먹어보니

GS25가 4일 출시한 '한 끼 스테이크'를 직접 구매해 찍은 사진(위쪽)과 마케팅 이미지(아래쪽). 사진=김형수 수습기자/GS리테일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GS25가 4일 출시한 '한 끼 스테이크'를 직접 구매해 찍은 사진(위쪽)과 마케팅 이미지(아래쪽). 사진=김형수 수습기자/GS리테일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김형수 수습기자] 이제 편의점에 가면 스테이크 고기를 살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호주산 블랙 앵거스 스테이크 소고기 2종(부채살과 채끝살)으로 이뤄진 ‘한 끼 스테이크’를 4일 내놨다. 가격은 부채살(170g)과 채끝살(150g)이 한 덩어리에 9900원으로 같다. 편의점에서 산 소고기로 근사한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수 있을까. 6일 GS25에서 2종을 모두 구입해 구워 먹어봤다.

◇ 더 가볍고 냉동육이지만 신선육보다 비싸


GS25를 가는 길에 주변 대형마트 두 곳을 들러 비슷한 제품을 살펴봤다. 그 결과, GS25의 ‘한 끼 스테이크’는 냉동육인 데다 중량이 더 적었지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신선육 스테이크 제품보다 비쌌다. 롯데마트 양평점에서는 얼리지 않은 호주산 소고기 부채살 스테이크(216g)가 8424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 끼 스테이크’와 달리 양념도 되어 있었다. 홈플러스 합정점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부채살 스테이크(200g)는 7490원, 채끝살 스테이크(200g)는 8500원에 아스파라거스까지 넣어 팔고 있었다. ‘한 끼 스테이크’는 따로 간이 되어 있지 않고, 부재료도 들어있지 않다.

◇ 선홍빛 고기는 어디 가고

포장을 벗긴 채끝살(좌)와 부채살(우). 마케팅 이미지와 달리 거무스름한 빛이 돌고, 지방도 골고루 퍼져 있지 않았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포장을 벗긴 채끝살(좌)와 부채살(우). 마케팅 이미지와 달리 거무스름한 빛이 돌고, 지방도 골고루 퍼져 있지 않았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니 채끝살은 162g, 부챗살은 180g이 나와 표시된 중량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색은 달랐다. 마케팅 이미지 속 고기는 골고루 지방이 퍼진 선홍빛이었다. 실제 제품은 딴판이었다. 거무스름한 빛이 돌았다. 채끝살은 지방이 한쪽으로 쏠려 있었고, 부챗살은 살코기에 가까웠다.

◇ 같은 레시피대로 구웠는데 한 번은 레어, 한 번은 웰던
레시피를 따라 똑같이 구웠는데 부채살(위)은 레어가, 채끝살(아래)은 웰던이 되는 등 굽기의 편차가 심했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레시피를 따라 똑같이 구웠는데 부채살(위)은 레어가, 채끝살(아래)은 웰던이 되는 등 굽기의 편차가 심했다. 사진=김형수 수습기자

포장 뒷면에 나와 있는 레시피 그대로 조리했다. 설탕물에 20분 동안 녹인 고기를 잘 달군 팬에 앞면과 뒷면을 각각 3분 30초씩 구웠다. 혹시 시간을 놓칠까 싶어 타이머까지 맞췄다.

먼저 부챗살을 구워서 잘라봤다. 레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핏기가 돌았다. 미디움이나 미디움 웰던을 즐겨 먹는 사람은 선뜻 입에 가져가기 어려워 보였다. 가운데 쪽 한 점을 먹어보니 겉은 따뜻했지만 안은 차가웠다. 물에 젖은 날고기를 그대로 입에 넣은 느낌이었다. 가열이 잘 안 된 것 치고 질기지는 않았지만 육향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레시피 대로 같이 구운 마늘 3개는 시커멓게 탔다. 도무지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같은 방법으로 채끝살을 구웠다. 조금 더 녹았기 때문인지 앞뒤 면을 3분 30초씩 똑같이 구웠는데 이번에는 웰던이 됐다. 많이 씹지 않아도 넘어갔던 부챗살과 달리 채끝살은 육즙이 없어 퍽퍽했다. 한참 씹어야 넘길 수 있어 서너 점을 먹은 뒤에는 턱이 아팠다.

◇ 배도 안 차는데 설거지 거리만 가득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더니 설거지 거리 8개가 나왔고, 가스레인지에는 사방에 기름이 튀어 있었다. 사진= 김형수 수습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더니 설거지 거리 8개가 나왔고, 가스레인지에는 사방에 기름이 튀어 있었다. 사진= 김형수 수습기자

한시가 넘어 늦은 점심이었지만 입맛을 확 당기지는 않았다. ‘한 끼 스테이크’라는 이름과 달리 하나로는 양이 부족했다.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웠지만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스테이크 두 개를 모두 먹고 난 뒤에야 뭘 좀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워 하며 돌아본 주방은 난리통이었다. 후라이팬, 접시, 칼, 볼, 집게, 젓가락, 종지, 도마 등 설거지 거리가 8개나 생긴데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사방으로 기름이 튀어있었다. 설탕물에서 꺼낸 뒤 키친타올로 물기를 닦아내고 팬에 올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GS25에 ‘한 끼 스테이크’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뒤에 나온 레시피는 가장 맛있다고 하는 미디움을 상정하고 만든 일반적 조리법이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소에서 나온 고기는 더 두껍고 어떤 소에서 나온 고기는 덜 두꺼워 공산품처럼 규격화해서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GS25는 페이스북에 올린 ‘한 끼 스테이크’ 영상에서 “레스토랑 갈 필요 없쥬?”라고 말한다. 직접 구워먹어보니 레스토랑을 가야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