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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9) 대구 옛집식당] 정(情)이 담긴 육개장 맛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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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69) 대구 옛집식당] 정(情)이 담긴 육개장 맛을 보다


먹는 것 만큼 인생에 있어서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많지 않다. 물론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즐거움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필자에게 맛있는 음식, 새로운 음식을 접할 때 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맛있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맛의 신세계에 빠지는 그 순간의 즐거움은 각별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은 대구다. 보통 대구 하면 맛 없는 지역이다,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알고보면 대구의 식문화는 많이 발전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들이 많고 외식 프랜차이즈의 산실이라고 할 만큼 음식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대구 정서가 담겨진 음식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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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랑곱창, 반고개회무침, 평화시장 닭똥집, 동인동 찜갈비, 납작만두, 따로국밥 등이 오랫동안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육개장이다.

육개장은 쇠고기를 뜻하는 육(肉)과 보신탕을 의미하는 개장(狗醬)이 합쳐진 말로 개장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우리 나라의 대표 보양식으로 육개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 음식중 하나지만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대표음식이 바로 육개장이다. 그러다보니 전국적으로 육개장 맛집 찾기는 쉽지 않다.

육개장의 발상지는 대구다. 오래전 자료에서도 그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일제시대 발행된 종합잡지 '별건곤' 24호(1929)에 이런 대목이 있다. "대구탕반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대체로 개고기를 한 별미로 보신지재(補身之材)로 좋아하는 것이 일부 조선 사람들의 통성이지만, ​특히 남도지방 시골에서는 사돈양반이 오시면 개를 잡는다. 개장이 여간 큰 대접이 아니다. 이 개장은 기호성과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까지 살피고 또는 요사이 점점 개가 귀해지는 기미를 엿보아서 생겨난 것이 곧 육개장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쇠고기로 개장처럼 만든 것인데 시방은 큰 발전을 하여 본토인 대구에서 서울까지 진출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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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문답'에서도 대구는 육개장이라 쓰여져 있다. 육개장은 바로 대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육개장 식당은 진골목식당과 옛집식당이 특히 많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옛집식당은 대구 육개장의 종가(宗家) 라고 할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1953년 오픈한 이래 3대째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

겨우 두사람이 손을 맞잡고 걸어갈 수 있는 비좁은 옛골목을 따라 들어서니 소박해 보이는 옛집식당 간판이 보인다. 간판이 가리키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식당입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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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옛집식당의 육개장이미지 확대보기
대구 옛집식당의 육개장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마당이 있고 마당 오른쪽에는 이제는 보기 힘든 타일 붙인 부뚜막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밥상에 ​육개장과 다소곳하게 담은 반찬 몇가지를 차려서 내어준다. 뚝배기 안에 담겨진 맑은 느낌이 나는 뻘건 국물색은 침을 꿀꺽 삼키게 한다.

국물을 한숟가락 떠서 입안으로 넣었다. ​첫맛은 진하면서 시원했다. 뒤이어 달짝지근한 맛이 ​입속을 가득 채운다. 국물맛은 맵지 않고 담백했다. 그래서일까. 먹을수록 숟가락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특히 먹기 좋은 온도로 맞춰 나온 국물은 가장 훌륭한 조미료 역활을 했다. 그리고 큼직하게 썬 사태고기는 부드러웠다.

식사를 마칠때쯤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주신던 육개장이 생각이 났다. 좁은 골목을 정신없이 뛰어 놀고 들어가서 허기진 배를 채우게 했던 어머니의 육개장이 그립다. 육개장 한그릇에서 잊고 있던 어릴적 추억까지 더해진 맛은 더할나위없는 행복을 선사했다. 정(​情)을 담은 육개장 한그릇이 잊고 있던 정겨운 그 시절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