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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조용한' 생일맞이… 내실 다지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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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조용한' 생일맞이… 내실 다지기 '분주'

- 롯데·GS 창립기념일 기념 행사 없어
- 내실 다지기 주력…총수일가 일탈도 영향

롯데월드타워(잠실)와 GS타워. 이미지 확대보기
롯데월드타워(잠실)와 GS타워.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 중국 덩샤오핑이 내세운 ‘도광양회’는 최근 창립기념일을 맞은 재계의 행보와 닮았다.

삼성과 LG에 이어 롯데, GS도 올해 조용한 창업기념일을 보낸다. 과거처럼 큰 이벤트를 벌이기 보다 내실 다지기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정경유착과 끊이지 않는 기업 총수 일가의 일탈 등으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점도 재계가 바짝 엎드린 이유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내달 3일 창립 51주년을 맞는다. 롯데는 작년 창립 50주년 때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장이 맞물리며 초대형 불꽃쇼를 진행했었다.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담아 그룹 PR 광고도 온에어했다.

하지만 이번 창립기념일에는 그룹 차원의 ‘빅 이벤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대신 임직원들이 모여 간소하게 식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 또한 이달 31일 차분한 분위기 속에 창립기념일을 맞는다. GS 관계자는 “그간 그룹 차원의 기념식은 없었다”며 “다만 계열사별로 상징성이 큰 기념일을 챙긴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500여 명의 임직원이 GS타워 아모리스홀에 모여 기념일을 자축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 또한 조촐한 창립기념일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삼성 80년사를 담은 영상을 선보이며 창업 정신을 기렸다. 당초 기대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제 3 창업’과 같은 메시지는 없었다.
LG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기념일을 보냈다. 작년 창립 70주년 때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념 선물을 전달하고 홍보 영상을 제작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재계의 이같은 행보는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시기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과거처럼 대형 이벤트는 없으나 임원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2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달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산적한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또한 지난달 구속된 신동빈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황각규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부문장들과 같은 층을 쓰며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이번 창립기념일에도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오너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재계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점도 부담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권 때의 일로 기업 총수들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오너들의 운신폭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자축해야 할 일도 조용히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재계 전반에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