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금고는 지난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4년 간 우리은행이 단독으로 맡아왔다. 예산만 31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2곳의 시금고가 이를 운영한다.
서울시는 그간 복수은행 도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시금고 시스템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조수정 시 주무관은 "시금고 복수은행 도입을 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며 "최근 우리은행 사고와 관련해서는 복수은행을 도입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전산시스템 오류로 시민 76만명에게 잘못된 납부 고지서를 보내 사과하는 일이 빚어졌다.
또한 복수 금고 체제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한 곳에만 맡겼던 구청의 각종 건설사업도 전자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화조 청소도 기존 한 곳에서 현재는 2~3곳이 나눠서 진행한다"며 "서울시가 복수 금고를 지정하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고객으로 끌어올 수도 있다. 현재 구청을 포함한 서울시 산하 전 기관에는 우리은행 지점이 들어서 있다. 이번에 시금고로 지정되면 전 구청에 영업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번 입찰 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도 서울시 금고를 맡음으로서 얻게되는 '상징성'을 은행들이 노리는 것"이라며 "브랜드가치가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이번 입찰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1금고, 기금 관리는 2금고가 맡게 된다. 이번에 신설된 서울시 2금고에는 시중은행은 물론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신협 등도 참여 가능하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 달 25∼30일 금융기관들의 제안서를 접수받아 심의한 뒤 5월 중 금고 업무 취급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재 신한·KB국민·KEB하나 등이 그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복수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4년간 시의 예산과 각종 기금을 확보하게 된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