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다!”
선수단이 입장하고 경기가 시작되자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손에 한반도기를 든 시민들은 “우리는 하나다”, “코리아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따금 일본인 관중들의 응원소리도 들렸지만 곧 ‘코리아 파이팅’에 묻혔다.
이날 경기만큼 시선을 끈 것은 북한 응원단이었다. 북한응원단은 일반 관중석에 앉아 있어서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관중석 2층 중앙 양쪽과 3층에 자리한 북한 응원단은 절도 있는 박수소리와 낭랑한 목소리로 단일팀을 응원했다. 얼굴에 미소는 한시도 잃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곧 웃는 낯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번에도 북한 응원단은 부채춤을 비롯해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다. 응원단 주위에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기자들과 일반인들로 가득했다. 경기장에는 이따금 “안전과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 착석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열띤 응원에도 불구하고 남북단일팀은 결국 세계 랭킹 9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1-4로 3피리어드를 마친 선수들의 어깨는 무거워보였다.
그러나 관중들은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대표팀에 관중들은 박수와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어보였다. 북한 응원단도 어느 때보다 힘껏 박수를 쳤다.
일본선수들이 퇴장한 후에도 단일팀 선수들은 한참동안 경기장을 나서지 않았다. 관중들과 인사하고 관중들이 응원의 의미로 던진 인형들을 하나하나 주워 직접 챙겨갔다.
선수들이 나갈 무렵, 북한 응원단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관중들에게 보내는 작별의 메시지였다. 일부 관중들은 남아서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노래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응원단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들에게 몇몇 관중들이 “고생하셨습니다”, “또 만나요” 등의 말을 건내자 그들은 “다시 만납시다”라고 대답했다. 몇몇 단원들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날 남북단일팀은 2-0으로 끌려가다 2피리어드에서 귀화선수 그리핀의 골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의 파상공세에 단일팀은 3피리어드에서 2골을 더 내주며 패배했다.
졌지만 값진 그림은 남았다. 남북이 함께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한 팀을 응원한 장면을 외국인들은 흥미롭게 바라봤다.
경기를 관람한 한 외국인 관광객은 “북한 응원단의 응원이 인상 깊었고, 한반도기를 흔드는 청년들(우리 응원단)도 멋졌다. 경기는 패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최종 3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우리나라는 오는 18일 최종순위 결정전에 나선다.
평창특별취재팀=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