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타트업, 생존을 말하다 ①] 비전이 회사를 이끈다

기사입력 : 2018-02-14 18:38 (최종수정 2018-02-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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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 3년 이후 생존률은 38%다. 창의력과 패기로 무장한 청년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지만 ‘데스 밸리’로 불리는 3년차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IT 스타트업 경영진 세 명에게 그들의 생존 방정식을 들어봤다. 좌담회는 서초구에 위치한 스마일게이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센터 '오렌지팜'에서 진행됐다. 데스 밸리를 통과한 6년차 경영진과 데스 밸리를 앞둔 경영진 두 분이 좌담회에 참여했다.2시간 남짓 진행된 좌담회에서 그들의 고민과 열정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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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과 '스타트업의 생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서초 센터에서 좌담회를 진행했다. 디자인=오재우 디자이너



기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슈퍼애시드 강지원 대표(이하 강): 2D 모바일 액션 게임을 개발 중이다. 2D지만 3D게임과 붙어볼만한 게임 만들자는 것이 회사 모토다. 회사 대표작은 삼국 전투기다. 오렌지팜을 졸업하고 현재는 넥슨콜라보레이션센터에(NCC)에 회사가 있다. 제가 이력이 특이하다. 대학교 전공은 건축이었고 첫 회사는 유니레버라는 샴푸회사였다. 이후에는 음악 쪽에 몸을 담았다. 삼성전자에 들어가는 모든 사운드를 만들었다. 그러다 게임음악 쪽에도 발이 닿았다. 현재 회사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네오위즈에 있었는데 그 분이 스마트폰 게임 쪽에서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서 모바일게임 회사를 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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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애시드가 과거 위레드소프트란 사명으로 출시했던 모바일 카드배틀 롤플레잉 게임 '삼국전투기'. 최훈 작가의 웹툰 '삼국전투기'의 IP(지적재산권)을 활용했다.

웰트 노혜강 이사(이하 노): 웰트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첫 번째 제품은 스마트 벨트는 작년에 출시됐다.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효용을 줄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고 있다. 오렌지팜에 입주한지 18개월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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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트의 '스마트밸트'. 앱과 연동돼 운동량 등을 측정해 체중관리에 도움을 준다. 웨어러블 기기 '티'를 내지 않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출신이다. 삼성에서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하다가 벤처팀으로 선택됐다. 벨트 안에 있는 센서 알고리즘 개발하다가 강성진 대표와 둘이서 웰트란 회사 창업하게 됐다. 지난 2016년 중순에 ‘스핀 오프’해 C랩 11호다.(C랩 출신 들은 창업 시기에 따라 일련번호를 부여받는다) 삼성에 들어가기 전에도 헬스케어 부분에서 일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하다가 삼성에 스카우트 됐다.

쿨잼컴퍼니 최병익 대표(이하 최): 허밍(humming‧콧소리)을 하면 악보로 만들어 주는 '험온' 앱을 오는 3월말 출시할 예정이다.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게 서비스 핵심이다. 음악에 원래 관심이 많아서 어렸을 때 피아노만 30년, 악기 7가지 정도 배웠다. 음악을 전공을 하고 싶었지만 전자를 전공해서 삼성전자에 가서 일을 했다. 음악에 대한 꿈이나 열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전공과 관심이) 만나는 지점을 찾다가 험온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 삼성전자에서 하드웨어 센서를 개발하다가 C랩 통해 스핀오프했다. 오렌지팜에 입주한지는 9개월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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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을 하면 악보로 바꿔주는 앱 '험온'. 간단한 허밍으로도 뉴에이지, 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덧입혀 준다.

기자: 스타트업 대표로서 회사 운영할 때 제일 힘든 점이 무엇인지.

: 매번 힘든 게 자금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이게 다가 아니다. 이제 저희 직원 수가 40명 정도 된다. 이정도 돼 보니까 오히려 지금은 항상 멤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게 제일 어렵다. 작은 회사다 보니까 비전을 제시하려면 그에 맞는 시장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각 단계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제일 어렵다.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비전만 심어준다면 돈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을 모실 때도 본인이 가진 걸 포기하고 우리한테 와야 되는지 설명할 때 비전이라는 게 제일 중요했다.

프로젝트 만들 때, 자금, 역량 안 된 상황일 때도 비전을 그리기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동영상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2D만드는 게임회사들은 우리 다 알 거다. 채용공고에 500명 지원했다.

기자: 무슨 동영상인지.

강: 개발 중인 게임 동영상이다. 오렌지팜에선 매달 이사님과 면담하는 시간이 있다. 개발 중이었지만 상의 끝에 동영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 동영상이 일본 트위터에서 노출 35만, 한국 페이스북에서 2만6000정도가 나왔다. 딱 1년 전일이다.

저희로서는 아마 반응이 없었다면 최악의 한 수가 될 수가 있었다. 퍼블리셔든 투자자든, 제일 첫 번째 하는게 ‘이거 어떻게 될지 모르자나요’인데, 그게 해결되고 시작하니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기자: 스타트업 정부 지원 정책은 어떤가. 지원 사업 도움되나.

: R&D 부분에서는 정부사업이 좋은 것 같다. 근데 정부 사업이 R&D까지는 좋은데 사업화하고 마케팅하고 수출하고 이런 건 막상 사업이 별로 없다. 산자부 등에서 나오긴 하는데, 상대적으로는 적은 편이다.

끝나고 나면 산출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과제들은 논문이나 특허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좋긴 한데. 초점이 R&D에 맞춰져 있고 후속적인 사업화 경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최: 극단적인 사례로는 정부과제만 10년만 하는 경우도 봤다.

기자: 10년이나?

: (웃음) 그게 비즈니스 모델이 된 거다. 사업화는 민간부문이 담담하고 있다. 오렌지팜 같은 경우 채용부문에서도 리크루팅 해준다. 삼성에서도 그런 것 하고 있고.

기자: C랩 출신이다보니 아무래도 삼성전자 쪽에서 도움 받지 않나.

: 자금적인 부분 외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드웨어 기업의 경우 사업을 하면 양산 파트너를 찾게 된다. 개발자 중심 회사다 보니까 좋은 파트너를 선별하는 ‘눈’이 없다. 이 파트너는 괜찮은 파트너다 판단할 수 있는 눈은 삼성전자가 도움을 준다. 아무래도 네트워크 있으면 파트너랑 잘 애기해서 기본 100개 제조해야하는 걸 50개로, 소규모 물량 제조도 가능하다.

최: 삼성전자 C랩이 자체적인 브랜드가 돼서 이름 자체가 신뢰도를 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기자: 고민거리를 나눠달라. 무엇이 가장 힘든가.

노: 대기업에 있을 때는 내 할 일만 잘 하면 된다. 소프트웨어를 예를 들자면 앱만 개발하면 된다. 회계나 특허나 백오피스해서 해주던건데, 스타트업 초기에는 제가 다 해야 한다. 변호사랑 얘기하고, 특허도 내가 쓰고, 회계도 내가 하고.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초기 오렌지팜에 입주해서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회계사나 특허 초청 강의 등을 제공해준다.

지금은 HR(인사관리)쪽으로 고민들이 많다. 채용을 아무나 할 수 도 없고 좋은 사람 선별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비전을 제시하면서 맞는 연봉을 제시해야 하는데 어렵다. 초반에는 지인 추천으로 주로 선별했다. 직원수가 10명 정도 되니까 결국 시스템을 거쳐서 데려올 수밖에 없게 된다. 강 대표님한테 배워야 될 것 같고. 지금 투자 유치 라운딩 중이다. 15명 정도로 단기에 늘려갈 계획이다.

강: 우리회사 17명 있을 때도 오렌지팜 썼다. (웃음) 18명까지 된다. 40명 된지 얼마 안됐다. 비전과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신입도 뽑고 경력도 뽑고 해야 되는 딜레마 있다.

기자: 어떻게 직원을 늘렸는지?

: 사명을 위레드 소프트에서 슈퍼애시드로 바꿨다. 위레드 소프트 때 기사량이 몇 백 개나 나왔다. 스마일게이트가 뒤에 있어서 미디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된 거다. 그런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는 페이스북하고 뗄레야 뗄 수가 없다. 근데 그게(SNS나 미디어) 잘못 쓰면 잘난 척이 된다. 톤&매너 유지하는 게 좋다.

: 회사를 사당에서 판교로 이동하셨다. 판교가 주는 지리적인 이익 있나?

: 사당에 있을 때 뽑을 수 있는 사람 다 뽑았다. 개발자들이 난 판교 안 간다는 사람 있다. 그 사람들 데리고 억지로 판교 갔더니 새로운 인력 풀 있더라. 근데 여기는 대기업하고 경쟁해야 한다. 사당에서는 대기업 공채기간 이랑 겹쳐도 영향 안받았다. 여기선 엔씨, 넥슨 지원한사람들하고 (인력풀이) 겹쳐서 힘들다.

노: 부족한 걸 어떻게 상쇄하시는지 궁금하다.

강: 일단은 공채 기간을 피하는 게 답이다. 그 기간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 둘째는 이번에도 저희 내부적으로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3~4일 전에 기사를 냈었다. 우리 이렇게 되고 있고, 마침 사명을 바꿨다. 그 때 기자들이 도와줘서. 마침 오렌지팜에서 기사도 한 번 나고. 슈퍼애시드로 찾으면 페이지 하나 꽉 찰 정도로 나오고. 이런 게 도움이 되더라.

노: 공채 하시기 전에는….

: 공채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공고다.

최: 판교 회사 많지 않냐. 구직자 입장에서는 그냥 돈 많이 주는 회사 가고 싶을 것 같은데.

강: 연봉 맞춰도, 복지 때문에 (비교가) 안된다. 연봉 따지면 복지를 1000만원 정도 큰 기업에서 더 준다. 연봉도 못 맞춰주는데

최: 거기(큰 기업)에 가야되는 인력이 회사로 와야되는데, 그런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는건 ‘비전’인가?

강: 그렇다. 비전이다

노: 면접 때 하나씩 만나시냐?

: 자율권 중시한다. 개발자들에게 ‘너희랑 일할 건데 너네가 뽑으라’고 말한다. 모든 걸 맡기고 대신 책임도 준다. 예상 되는 부분인데도 못했다는 부분은 그분들의 책임이 된다.

최: 책임은 어떻게 지냐?

강: 뭐라 그런다.

일동: ㅋㅋㅋ

: 책임을 준다.

: 일이 될 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씀으로 알겠다.

: 감봉, 이런건 아니다. 그 사람 나간다고 더 좋은 사람 들어오라는 법 없다.

: 그렇다. 같이 살아야 되는데, 누구 잘못 따지는 거 의미 없다.

강: 대기업 있다가 오셨던 분들이, 체계가 없다는 말 많이 한다. 개개인에게 결정권 주다 보니까. 팀장-사원 얘기해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고. 외부에서 보면 체계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저희만의 시스템이다. 저는 그래서 개발에도 가능한 한 참여 안한다.

: 직원수 40명쯤 되면 가능할 것 같다.

강: 면접 볼 때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대표님이 개발 참여 하시나요’다. 안한다고 하면 되게 플러스다.

최: 그건 저도 공감한다. 삼성 있을 때 코드 짰었는데, 나오자마자 CTO님이 ‘너는 코드 짜지 말라고, 쓰레기 짜지 말라’고 그랬다. 내가 빠지니까 더 잘되더라.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 신진섭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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