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호반건설의 ‘베르디움’이 합쳐진 ‘푸르디움’ 같은 브랜드를 볼 일은 없을 듯하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주택사업 부문에 대해서 대우와 호반이 합쳐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말대로라면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는다는 얘긴데, 이 경우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지 평가가 엇갈린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것은 호반의 품 속에서 대우건설 브랜드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이었다. 분양을 앞둔 단지나 입주를 앞둔 단지의 주민들은 특히 이 문제에 귀 기울였다.
최근 김 회장이 대우건설에 대한 독립경영의 뜻을 밝히면서 주택사업 부문과 관련해 “대우건설의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와 '써밋'을 '호반베르디움'과 합치거나 없애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택 부문에서 두 회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앞서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창사 이래 가장 큰 성과를 낸 지금,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해 과감하게 기존의 사업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2018년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모든 계열사가 각각 경쟁력을 가지는 ‘책임경영체제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 회장이 강조한 ‘책임경영’은 계속해서 제기됐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건설 역량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다.
김 회장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국외 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우건설 인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독립경영을 통해 해외사업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매각 흥행이 생각보다 저조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저평가 된 것으로 반드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지방 건설시장이 커지고 있다”면서 새만금 및 호남권 개발사업 확대로 인한 호반과 대우건설의 사업 확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나 인적자원 활용과 자본 활용 면에서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류종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인수 대금 부담으로 재무 여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택건축 중심의 단일 사업포트폴리오를 영위하고 있어 향후 주택경기 변화에 따라 사업 실적과 현금 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재무적인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우건설의 우수한 주택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호반건설의 브랜드 인지도가 제고될 경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주실적이 개선되면서 사업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으나 해외건설 프로젝트 원가경쟁력 제고와 금융 주선 역량 제고 등 해외부문 시너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인수 이후 ‘대우맨’들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 잠재울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선정을 취소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금호산업 인수 때도 내부적으로 많은 구조조정이 있었다. 인수과정 혹은 인수 후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지금 5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노조 측에서는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데 호반에서 어떻게 이 부분을 해결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아직 인수가 마무리된 것도 아니고 확정된 부분은 없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산은과 MOU를 조속히 체결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 남은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 MOU 뒤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클로징 전제 조건을 이행하고 잔금을 치르면 매각이 완료된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