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채용비리' 은행들의 황당한 해명… 금융노조 "회장 사퇴하라"

공유
1

'채용비리' 은행들의 황당한 해명… 금융노조 "회장 사퇴하라"

KB국민·KEB하나은행 "절차따라 채용"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점과 서울 중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신사옥.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점과 서울 중구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신사옥.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회장 조카나 이른바 SKY대 출신만 골라 뽑은 채용비리 관련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해명을 내놨지만, 거짓이거나 설득력이 떨어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KEB하나·KB국민은행 등 금융노조는 지주 회장과 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출근 저지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하나은행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2일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지주회장·은행장 사퇴 및 대국민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내놓은 해명에 대한 반박 자료를 발표했다.

이날 공투본은 '국민 여러분, 고객 여러분, 청년들의 꿈을 꺾어버린 KEB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로 사측을 대신해 사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가 2일 오전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지주회장·은행장 사퇴 및 대국민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하나은행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가 2일 오전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지주회장·은행장 사퇴 및 대국민 사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나은행은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들 점수까지 조작해 합격시킨 드러났다. 임원 면접에서 점수를 가감해 이른바 SKY 출신을 합격시키고 다른 대학 출신들은 탈락시켰다.

하나은행의 채용 담당 임원은 전 직원에게 보낸 해명 메일을 통해 "하나은행 영업점이 입점한 대학과 금융 거래 관계가 있는 대학 출신을 감안한 사실은 있으나 점수 조작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현재 하나은행이 입점해 거래 중인 학교는 명지대, 원광대, 광운대, 고려대, 충남대, 경희대, 건양대 등"이라며 "입점 대학인 명지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 점수를 임의로 하향 조정해 합격을 불합격으로 처리하고 입점 대학도 아닌 서울대, 연세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 점수를 임의로 상향 조정해 불합격을 합격으로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은행 측 논리대로라면 지원자 가운데 이 대학들 출신 지원자들에게도 모두 같은 점수로 공정하게 우대했는지 자료를 통해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전 사외이사 자녀와 최고경영진 조카 등 별도의 명단을 작성하고 관리해 특혜 채용했다. 국민은행은 전 사외이사의 자녀 A씨가 당시 서류전형 공동 840등(최하위 2명)이었음에도 서류 합격자를 기존 840명에서 870명으로 증원해 통과시켜 최종 합격시켰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조카 B씨의 경우 서류전형과 1차 면접 결과가 최하위권이었지만 2차 면접 시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부여해 120명 중 4등으로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채용 특혜를 부인했다. 이후 허인 국민은행장과 전귀상 부행장은 1일 오전 노조 측과 만나 "서류전형과 1차 면접점수가 모두 최하위권인데도 지역 할당제 대상이라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입장은 인사실무자가 비서실에서 전해들은 바대로 지원자 명단 엑셀 비고란에 '회장님 조카'라고 써놓고 관리는 했지만,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 등 면접관은 인적사항을 가리고 블라인드 면접을 했다는 것"이며 "해당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813등, 1차 면접 273등을 했지만 HR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팀장이 들어온 2차 면접에서 유독 면접을 잘 봐 최고등급을 받은 것이다. 이공계 가점 전국 3명을 제외하면 전국 4등을 해 사실상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얘기가 된다"고 했다.

"이게 납득할 수 있는 얘기냐"며 "김앤장 고문 출십답게, 그리고 검찰청부터 전국 법원장을 동문, 동기, 선후배로 두고 있는 허 행장을 내세워 마치 ‘법꾸라지’ 우병우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것이냐"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고객들로부터 '채용비리 회사'라는 손가락질을 받든 말든 자신의 자리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윤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해 11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채용절차 관련 질문에 "채용비리 문제는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고객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류전형은 외부에 맡겨 우리도 모른다. 필기시험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면접위원의 개인적 친분에 따른 채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면접위원들은 그날 아침 면접장에 들어가면서 추첨한다"며 인사 절차가 투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1일부터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윤 회장의 출근저지 투쟁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윤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1일은 개인 일정상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았고 2일은 다른 사무실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