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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솔루션 기업 ‘모닛’, 삼성전자 직원들이 둥지를 박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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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솔루션 기업 ‘모닛’, 삼성전자 직원들이 둥지를 박찬 이유

모닛 박도형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모닛 박도형 대표.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전자에 다니던 아빠들이 ‘육아’를 위해 뭉쳤다. 모닛의 사업모델은 육아와 IoT(사물인터넷), 그리고 기저귀가 결합한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링’. 오는 4월 출시 예정이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싶었지만 아빠들이 둥지를 박차고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30일 오전 서초구 방배동에서 모닛(monit) 박도형 대표를 만났다.

모닛은 삼성전자 사내 벤처프로젝트 ‘C랩’ 에서 탄생했다. 선임, 수석, 책임 등 평균 8년차 직원들이 스타트업을 위해 한 데 뭉쳤다.
박도형 대표는 본인이 겪은 육아의 고통이 모닛을 시작하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제 스스로 준비가 안 된 아빠였어요. 결혼을 늦게 한 데다 두 달 만에 아기가 생기고 첫째 이후 19개월 만에 아이가 또 생겼다. 신혼도 없이 육아에 뛰어들게 됐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애를 보다가 허리가 나가서 119에 실려 가 일주일 가까이 입원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무엇이 잘못 됐을까 생각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찾아보면 독박 육아가 80만건, 행복 육아는 8000건이다. 100배 차이가 난다.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육아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힘든 육아의 적절한 솔루션이 없을까 의문을 던졌다.

모닛 직원들. 현재 스핀오프(창업) 멤버:6명에 이후 추가적으로 정직원 4명과 인턴사원 2명을 더해 총 12명이 근무중이다.이미지 확대보기
모닛 직원들. 현재 스핀오프(창업) 멤버:6명에 이후 추가적으로 정직원 4명과 인턴사원 2명을 더해 총 12명이 근무중이다.

그러던 차에 사내에서 ‘해커톤(24시간 안에 제품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행사)’이 열렸고 그는 장난처럼 육아에 도움이 되는 ‘스마트 아기띠’ 제품을 발표했다. “생각지도 않게 우승을 하게 됐다. 장난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걸 보면서 나만의 아이디어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공감이 가는 주제라는 걸 알게 됐다.” 이후 1년 간 경쟁을 거쳐 C랩에 최종 선발됐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기구 개발, 디자인 분야 담당 직원들이 모여 모닛을 세웠다. 불과 1년 전 얘기다.

모닛의 핵심 기술은 센싱(감지)이다. 기저귀 부착 센서, IoT 허브 등을 이용해 유아의 대소변 여부, 온도, 습도 등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최대 다섯 명에게 전송해준다. 박 대표는 “일반적인 센서는 부착된 곳만 감지되고 그 외에는 잘 안 된다. 기저귀가 다 젖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모닛은 온도, 습도, 자이로 등 총 5개 센서를 통해 외부 환경과 아이의 움직임을 구분한다. 유아 대상 솔루션인 만큼 부모들이 감지 기술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최대한으로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

최우선 타깃은 워킹맘이다. “결국 워킹맘은 아이를 보모, 육아 기관 등 남의 손에 맡겨야 한다. 아이가 잘 지내는지 좀처럼 알 수 없다. ‘잘 지냈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데이터 상의 기록이 남고 어떻게 아이를 돌봐줬는지 파악할 수 있다. 육아를 한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게 아니라 ‘팀 플레이’를 하면 육아가 더 가벼워지고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종전의 제품들은 대부분 블루투스 기반이었지만 모닛은 와이파이와 클라우드까지 적용해 연결성을 높였다.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저장돼 부모가 언제 어디에 있어도 아이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저귀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스마트 베이비 모니터링’. 처음에는 허리통증 때문에 대소변 센싱 모듈을 개발하게 됐다. 사람들이 이게 핵심이고 이걸 통해서 많은 데이터 수집할 수 있게 됐다. ‘피버팅’ 하게 됐다. 아이템이 두 개로 늘어난 것. 킴벌리 클라크가 ‘테크크런치’ 기술을 보고 유한킴벌리가 연락해와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육아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싶다. 유한킴벌리와 MOU(전략적 제휴)를 맺고 모닛 BY 하기스라는 제품으로 국내 첫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하기스라는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마케팅, 세일즈 측면에서 도움을 받게 됐다. 이번 미주 출장 때 킴벌리 클라크 본사와 미팅을 추진하게 됐다.

출시 전이지만 벌써부터 시장의 입질이 시작됐다. 최근 미국 킴벌리 클라크 본사에 다녀왔다. 킴벌리 클라크는 기저귀에서는 ‘하기스’ 브랜드로 세계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출산율 저하,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모닛의 신기술을 접목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것 같다. 투자를 비롯해서 많은 부분에서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결국 데이터가 향후 사업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의 데이터는 그간 IT 업체들이 주목하지 않은 미답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아이에 관한 데이터는 구글도 없다. 이 데이터를 확보하면 육아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박 대표가 그리는 청사진은 이렇다. 아이의 데이터를 모아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기저귀가 떨어지면 IoT 기기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로 자동 주문한다. 적절한 의약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교육‧마케팅과의 연계도 가능해진다.

시작은 유아용으로 했지만 실버산업에서도 문의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50만명,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의 3분의 1은 치매 등으로 의사소통과 거동이 자유롭지 않아 집중 케어가 필요하다. 이미 노인문제가 현실화된 미국과 일본 쪽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 요양병원에서 모닛 솔루션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명확하게 고객의 ‘페인포인트(고통을 느끼는 부분)’를 파악하는 것이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데이터를 쌓아놓기만 하면 쓰레기가 된다. 실제로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찾고 가설, 사용자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의 니즈라는 건 분명한 페인포인트가 있다는 것이다. 모을 수 있으니까 모은다, 구현할 수 있으니까 구현한다 식이 되어선 안 된다.”

모닛은 향후 아기의 수면패턴과 심박수 등을 분석하는 ‘스마트 패드’, AI(인공지능) 대화기능과 다른 IoT 기기와의 연결성을 강조한 ‘스마트 게어 IoT Hub 2.0’, 아이를 들쳐 메는 고통을 줄여주는 ‘스마트베이비 아이템 익스텐션’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