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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하이테크 기업 금융업계 '호시탐탐'... 디지털 혁명 '빅테크', 핀테크 넘는 새 위협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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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하이테크 기업 금융업계 '호시탐탐'... 디지털 혁명 '빅테크', 핀테크 넘는 새 위협 부상

아마존은 신용카드 발행 중소기업 대출 나서

아마존, 애플, 그리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같은 거대 하이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금융 업계를 노리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 애플, 그리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같은 거대 하이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금융 업계를 노리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하이테크 기업에게 사업의 앙꼬를 빼앗기는 것 아닌가." 최근 은행들이 이러한 고민을 안고 2018년을 맞이했다. 아직은 번거로운 '금융 규제'와 낮은 투자 수익에 의한 '매력 저하'라는 방패가 은행들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곧 이마저도 사라져 위태로운 처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닷컴과 애플 등 거대 하이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금융 업계를 노리고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최중인 세계경제포럼연차총회(WEF, 다보스포럼)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파는 임시 매장을 설치하고, 젊은 참석자가 가상화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 업계는 거의 개의치 않는다. 스타트업 기업은 여전히 예금 유치와 대출 결제 처리 등 은행의 핵심 사업에 목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보스를 찾은 은행 간부들에게는 내심 더 두려운 위협이 있다. 아마존과 애플, 그리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같은 거대 하이테크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에 주력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미 신용카드를 발행하고 중소기업 대출에 나섰으며, 애플 또한 결제 앱 '애플페이'를 통해 'iPhone(아이폰)'을 신용카드로 변신시켰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많은 은행 간부들은 핀테크보다 이런 '빅테크' 쪽이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은행들은 '디지털 사회 가속화'에 따른 집중 폭격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여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해 거액의 기술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은행에 접속조차 할 수 없었던 개발도상국의 수백만 고객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편리하게 결제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기술 혁신이 은행의 개념조차 바꾸려고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홀딩스 산하 앤터파이낸셜이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매일 수십억달러 상당의 결제를 처리하고 있으며, 고객은 잉여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맡기는 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고객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도 다루고 있다. 고객들에게 기존 은행의 필요성을 아예 뿌리째 뽑자는 심산이다.

물론 서방 국가에서는 당장 은행이 자본과 유동성, 부정행위 등의 측면에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데다가 자기 자본 이익률(ROE)이 낮고 주가도 침체되면서 하이테크 기업도 금융 사업 참가에 엉거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일부 국가의 규제 당국은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제거하려고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초 고객이 승인한 경우에는 금융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렸으며, 미국 통화감독청(OCC) 또한 지난해 11월 일반 기업의 은행 자회사 보유를 가로막고 있던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간파한 발 빠른 은행들은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사무 처리 기술을 공유하는 등 협력 체제를 만드는 은행도 있고, 아예 대형 하이테크 그룹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하이테크 기업에 고객과의 관계를 빼앗기고 자신은 오직 사무 처리만 해내는 공익사업으로 변모해 버리는 위험은 있지만 도태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미 스탠다드차타드는 알리바바의 앤터파이낸셜과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자존심을 버렸다.

한편, 은행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은 하나 남아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세상의 반감이 점점 깊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하이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에 손을 내밀 경우 조금씩 인기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편리성과 빠른 처리 속도라는 무기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형국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