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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의 역습,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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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의 역습,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속도조절

고금리 예금 출시 봇물, 안정성서 뒤져
RP도 고금리 동참, 금리경쟁력 불투명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서 증권업계 최초로 판매되는 발행어음 상품을 가입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여의도 본사 영업부에서 증권업계 최초로 판매되는 발행어음 상품을 가입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시중금리가 오르며 증권사의 예금대항마로 평가받는 발행어음의 경쟁력이 퇴색하고 있다. 출시 당시 높은 금리로 주목받았으나 여타 경쟁금융기관들이 고금리상품을 판매하며 과거보다 화제성은 떨어졌다. 여타 경쟁증권사도 고금리RP로 맞불을 놓으며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의 입지는 처음보다 좁아진 상황이다.

■은행권 고금리 예금 잇단 출시…안정성 발행어음보다 뛰어나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상품이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만이 발행할 수 있는 사실상 독점금융상품이기도 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증권사(미래대우, 삼성, 한투, KB, NH)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라이선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 발행어음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지난해 11월 출시 당시 약 50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이틀만에 완판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발행어음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요인은 금리다. 결론적으로 약정형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연2.30%다. 기간에 따라 7~180일 1.20~1.60%, 181~270일 2.00%, 271일~364일 2.10%, 365일 2.30% 등 차등수익률을 준다. 당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연 1% 후반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연 1% 초반대인 것과 비교해 금리경쟁력이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두 달도 안되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강력한 경쟁상대인 은행의 예금금리가 2%대로 뛰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우리투게더 더드림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별도의 우대조건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이 예금은 연 2.1%의 고금리가 부각되며 출시 4거래일만에 5000억원 한도가 모두 팔렸다.

SC제일은행의 공동구매 정기예금의 경우 금리가 연 2.3%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과 똑같다. 공동구매 형태로 6차 모집금액 650억원도 완판됐다.

저축은행은 이보다 더하다. 통상 1금융권인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의 특성상 금리는 발행어음을 능가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2.43%에 달한다.

문제는 금리가 비슷할 경우 발행어음보다 은행 예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예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은행별로 5000만원 한도에서 예금자보호도 받는다.

반면 발행어음은 초대형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위험자산에 속한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데다, 단기금융의 최소 50%는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는 등 운용제약이 많아 예금 대비 리스크도 훨씬 크다.

PB는 “위험 대비 수익관점에서 같은 수익률이라면 안정성이 높은 예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는한 발행어음의 판매도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RP도 맞불, 한국투자증권 “여전히 금리경쟁력 있다”


경쟁 증권사의 고금리 RP도 부담이다. 대표적 예가 삼성증권이다. 초대형IB이나 대주주 적격성문제로 발행어음인가 심사가 보류된 삼성증권은 고금리RP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재 연2.3% 금리인 특판RP를 판매중이다. 6개월 가입시 연2.0%를 준다. 개인만 가입이 가능하며 1인당 한도는 1억원이다. 1년 금리를 보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과 똑같다.

하지만 RP(Repurchase Agreements, 환매조건부 매매)의 경우 유가증권을 매수(또는 매도)하고 일정기간 후에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매도(또는 매수)하는 등 일종의 담보부 소비대차거래로 안정성측면에서 발행어음보다 뛰어나다. 예금과 마찬가지로 같은 조건이라면 굳이 더 리스크를 안고 발행어음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금리 상품이 출시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판매현황을 공개하지 않으며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관련 공식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한 시점은 판매 초기 이틀만에 5000억원의 물량 완판이다. 지난해 12월 11일 2차 판매를 시작한 뒤 현재도 판매중이다. 하지만 이제껏 발행어음판매와 관련 별다른 자료를 내놓지 않자 일부에서는 판매부진으로 공개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의 호조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완판이 안되는 게 아니다“며 “처음에 초기 관심이 있어 발표를 했을 뿐이며 여전히 잘팔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의 고금리예금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고금리 움직임과 관련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며, 시장상황에 따라 발행어음 금리인상 가능성도 열어 뒀다.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이슈라는 것이다. 단 현재로서는 발행어음 금리인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6개월 2.0% 1년 2.3% 금리구간은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추후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 Asset Liability Management Committee)에서 금리를 서치하고 조정하는 구조로 추후 상황을 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금리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는 예금과 발행어음을 금리만으로 단순비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각각의 특수성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고금리 예금과 발행어음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라며 “만기라든지 금리의 상대적 격차 등도 봐야 하는데, 자금운용의 편의성도 함께 따지면 발행어음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