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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대우·삼성 등 건설업계 '인수합병' 태풍… 건설사들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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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대우·삼성 등 건설업계 '인수합병' 태풍… 건설사들 속내는?

건설업계 M&A 시장이 심상치 않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했고 시공능력평가 13위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삼키려하고 있다.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합병설까지, 올해 건설업계에 ‘인수합병 광풍’이 불어 닥칠지 관심이 쏠린다.

■“새우는 고래를 삼킬 수 있을까?” M&A 최대어 대우건설 삼키려는 호반건설


올해 건설업계 ‘태풍의 눈’은 뭐니뭐니해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합병 이슈다.

지난 19일 산업은행은 호반건설만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 입찰에 입찰 제안서를 냈다고 밝혔다. 시공능력평가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 대우건설을 집어삼킬 가능성이 커지자 업계는 물론 온 국민의 눈이 쏠렸다.

호반건설은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40%에 대한 우선대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지분(10.75%)은 산은에 3년 뒤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제안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7700원, 총 인수가로는 약 1조6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앞서 정한 최저 매각예정가격인 주당7400원을 부합하는 가격이다.

호반은 그동안 꾸준히 M&A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입찰이 실패할 때마다 ‘홍보성 입찰’이라며 비난받았지만 호반은 항상 “M&A는 언제나 의지를 가지고 뛰어들었다”고 말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호반은 산은에 금융기관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 자금 증빙만으로 1조5000억원을 제출했다. 대형건설사들도 금융기관 차입 없이 확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호반이 그 동안 인수전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는 반증이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항상 현금을 확보해두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으로 업계 '짠돌이'로 유명하다. 그러나 IMF 때 택지를 매입하는 등 위기상황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김 회장의 진취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김 회장이 사업 확장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호반 관계자는 "M&A의 목적은 단순한 사세 확장이 아니라 사업 다각화다. 항상 M&A에는 진실하게 임해왔다"고 말했다. 호반은 대우가 가진 해외사업 역량 확보 의지를 가지고 대우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오는 26일 인수가격뿐 아니라 회사 경영의 지속가능성, 자금 조달의 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로 사업 확장 노리는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0일 부동산114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가액은 637억원이며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가 약 8대2 비율(513억원, 124억원)로 인수에 참여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당시 “부동산114가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 전환으로 사업적 구조를 유연화한 현대산업개발은 그룹 내 개발운영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융복합 개발사업 기회 발굴에 힘써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114의 빅데이터와 정보수집능력을 활용해 개발시장의 전반적인 청사진을 그릴 생각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HDC아이콘트롤스에도 이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동산114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개발사업의 투자지표로 사용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개발사업을 시작할 때 유용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동거’의 의미는?



오는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B동으로 이사한다. 두 회사의 동거에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되던 두 회사의 합병설이 다시 M&A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에는 재무전문가인 이영호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은 화공 플랜트 전문가 최성안 사장이 각각 핸들을 잡았다.

임원인사에서도 삼성물산은 내실에 중점을 둔 인사를, 삼성엔지니어링은 성장에 중점을 둔 인사를 펼쳤다. 합병 이후 밸런스를 고려한 셈법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합병설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것은 삼성물산 내에 ‘EPC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 신설 소식이다.

EPC는 설계·조달·시공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의미한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 조선, 중공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생긴 셈이다.

이 컨트롤타워의 수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의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맡는다.

김명수 부사장은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TF장인 김 부사장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과 아예 합병 추진을 위해 김 부사장을 TF장으로 임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 16일 남준우 삼성중공업 신임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회생을 위해 회사의 합병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합병설에서 발을 빼자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합병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말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합병설에 대해 부인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본부급 규모에서 팀급 규모로 조직을 슬림화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엔지니어링으로 흡수합병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