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삼성·LG전자, 깊어지는 한숨… 트럼프발 세탁기 압박 이유는?

트럼프 세탁기 공세, 추가 공장 설립 위한 압박… “결국 피해자는 美 소비자”

기사입력 : 2018-01-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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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염두에 둔 작심발언을 했다. 사진=백악관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정부와 가전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염두에 둔 작심발언을 하면서 고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트럼프발 보호무역, 철강 부터 가전까지 ‘타깃’…이유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줄곧 보호무역을 강화해 주변국과 통상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대미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낸 국가들을 ‘타깃’으로 설정해 반덤핑 규제와 함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시야에 걸려들었다. 철강에서 시작된 트럼프발 보호무역의 다음 타깃은 가전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이유는 미국의 제조업을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미국 중서부의 중산층 이하, 블루칼라 계층의 지지를 확고히 다져, 다음 대선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인 양당 체제를 구축했다. 러스트 벨트와 같은 ‘스윙 스테이트’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사안 없이 지지 정당이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통을 바꾸기 위해 NAFA와 한-미 FTA 개정 등 고립주의 노선과 법인세 인차, 금융규제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한 세제 개혁을 강행 중이다.

미국 보호무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며 정부와 공조해 상황별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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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신규 가전공장에서 출하식 행사를 진행했다.
◇ 트럼프 세탁기 공세, 추가 공장 설립 위한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세탁기 공세가 추가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압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가 공장 설립으로 삼성·LG전자의 투자를 늘리고 신규 일자리를 확보할 목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의 신규 가전공장에서 김현석 CE부문장 사장과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출하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공장에서 2020년까지 3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를 투자해 연간 약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한다. LG전자 역시 테네시주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양 사의 미국 공장 설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부분 개입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언의 압박’에 국내 가전업계가 충분히 응답했음에도, 추가 공장을 원하고 있다.

정부는 삼성·LG가 수출한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상대로 보복 조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한국 수출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양허관세 정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이 미국의 반덤핑관세로 약 76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봤다. 이 금액 만큼 미국산 상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 삼성·LG전자 “결국 피해자는 美 소비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120만대를 초과하는 삼성·LG전자 세탁기에 50%의 고관세를 부여한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까지 권고안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린다.

가전업계는 고관세 결정이 내려지면 최종 피해는 현지 유통망과 소비자가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ITC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요구는 적절한 선에서 거부할 것”이라며 “권고안은 소비자와 유통업체, 일자리에도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같은 입장이다. 세이프가드 발효로 최종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 소비자라는 것이다. LG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소비자와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 세탁기가 미국에서 성장한 것은 현지 소비자들의 선택이다”며 “ITC 권고안은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의 가동시점을 내년 2월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길 예정이다.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생산규모는 연간 120만대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 유호승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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