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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섀도우보팅 폐지 후 주총결의 무산 우려…보완입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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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섀도우보팅 폐지 후 주총결의 무산 우려…보완입법 절실”

한경연,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만 되면 주총결의가 성립되도록 법 개정해야

주요국의 주주총회 의사정족수 규정 비교(보통결의). 표=한경연이미지 확대보기
주요국의 주주총회 의사정족수 규정 비교(보통결의). 표=한경연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은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만 되면 주총결의가 성립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주주총회 의결권제도 개선방안-섀도우보팅제도 폐지 이후의 대책’ 연구를 통해 현행 상법의 경직적인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완화시켜 준 섀도우보팅 제도가 작년 말 폐지되면서 주총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에 대해 우려해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18일 밝혔다.
섀도우보팅(shadow voting)이란,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장사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안건별로 요청하면 예탁원이 모자라는 정족수만큼의 의결권을 참석한 주주의 찬반투표 비율에 맞춰 행사하는 제도다.

연구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주주총회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얻는 것과 별개로 그 찬성표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넘어야 하는데, 이 ‘1/4 요건’이 실질적으로 의사정족수의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해외 입법례에 맞추어 이 요건을 삭제하고,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만으로 결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1995년 상법개정, 주총 결의를 어렵게 만들어”

연구에 따르면 1995년 상법개정의 취지는 ‘의사정족수를 폐지해 주주총회 결의를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개정 이전의 상법은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수 출석(의사정족수)과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의결정족수)’로 규정하고 있었다. 기업의 성장으로 발행주식 수가 크게 늘어 주주총회에서 과반수를 모으지 못하게 된 회사가 많아지자, 1995년 두 개의 정족수 중 의사정족수를 없애게 된 것이다.

다만 의사정족수 폐지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정시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는데, 이 ‘1/4 요건’이 사실상 기존의 의사정족수 역할을 그대로 맡게 됐다.

1/4이란 숫자는 종래의 ‘과반수(1/2) 출석’과 ‘과반수(1/2) 찬성’을 곱한 숫자와 같아, 개정 이전의 의사정족수 요건을 숫자로 바꿔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더욱이 예전 상법은 회사 정관으로 의사정족수 규정을 자유롭게 완화‧배제할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정관으로 1/4 요건을 ‘경감할 수 있다’는 의견과 ‘불가능하다’는 학계 의견이 백중세를 이뤄 상황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 주주총회 결의 불성립 등 역차별 우려

지금까지는 많은 상장기업이 섀도우보팅 제도를 활용해 왔기 때문에 주주총회 결의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 제도가 사라져, 주총 결의 무산을 막기 위한 상법 개정이 더욱 필요해졌다.

최준선 교수는 “섀도우보팅 폐지로 주식이 널리 분산되어 소위 ‘소유지배구조가 좋다’고 평가받는 기업일수록 성원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될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입법례를 봐도 의사정족수가 주주총회에서 문제가 되는 국가는 매우 드물다.

독일은 의사정족수 도입을 회사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중국은 의사정족수 규정 자체가 없다. 영국은 의결권 수를 불문하고 주주 ‘2인 이상’이면 무조건 의사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는 최초 소집 시 ‘1/5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총회가 한 차례 무산되었을 경우에는 재소집시 의사정족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일본 회사법은 의사정족수를 의결권의 과반수로 요구하나, 회사가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도요타자동차, 미츠이물산, 소프트뱅크, NTT도코모, 소니, 혼다 등 일본 대표기업들은 스스로 의사정족수 요건을 없앴다. 미국의 주요 주(州)들은 의사정족수를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으나, 정관으로 1/3 수준까지 경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최준선 교수는 외국 입법례를 감안해 현행 상법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의사정족수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삭제하고,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만 찬성하면 주총결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정관의 변경으로 결의 요건을 이보다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거래소연맹이 발표한 2016년 주식회전율에서 5위를 차지할 만큼 회전율이 높은데, 99%의 개인주주들이 주가 차익을 얻기 위해 3~6개월마다 주식을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정으로 주총 당일에는 소집통보시 주주였던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미 주주 자격을 잃었으며, 남아있는 사람들도 주총 안건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회전율이 높은 중국은 의사정족수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여 우리도 주주의 특성을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