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도 안전도 없다… 여전히 ‘사각지대’ 놓인 건설현장 근로자들

원청→하도급→단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기사입력 : 2018-01-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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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현장에서 인부들이 안전고리도 없이 얇은 기둥 위에서 고소작업을 벌이고 있다.


“작년에도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내 임금은 그대로였다”

한 현장 근로자의 푸념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6470원) 대비 16%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10년 넘게 현장 생활을 했다는 한 근로자는 10년 전과 지금이 별반 다를 것 없다고 말한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공사직종 종사자의 일 평균임금은 18만1134원으로 전년동기대비(16만9999원) 6.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근로자들의 임금실태를 들여다보면 평균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일의 강도 등에 따라 일당으로 12~15만원 정도가 책정된다. 이 중 10%는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비로 공제한다. 미숙련 노동자일 경우 일당은 더욱 줄어든다.

그러나 현장 근로자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근무 시간은 11시간이다. 결국 시급 1만원이 조금 넘는 돈인데, 일의 강도를 생각하면 최저시급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야간수당 등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현장은 거의 없다.

일부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기도 한다. 개인 기술자들에게 기술을 배우며 고용되는 일명 ‘데모도(조공)’들이다.

타일공이나 형틀목공, 내장목공 등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부 기술자들은 일반 근로자보다 높은 일당을 받는다. 이들은 보통 일을 보조하는 데모도를 두는데 일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낮은 임금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때 타일공의 데모도로 일했다는 한 남성은 “보통 조공은 일당이 10만원인데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7만원에 부려먹는다. 5만원을 주고 부려먹는 기술공도 봤다. 보통 그렇게 부려먹고 기술은 제대로 안 가르쳐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임금실태는 많이 나아진 편이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일급은 30% 가량 상승했다. 예전처럼 임금체불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사라졌다고 현장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안전문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 당시 화살은 근로자들에게 돌아갔다.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에 동의하면서도 건설사들의 책임도 분명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화나 안전모를 쓰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근로자들이 귀찮다며 안 쓰는 일도 예전엔 허다했지만, 건설사에서 현장출입통제 등 강경책을 쓰면서 많이 달라졌다. 근로자들 스스로도 안전모와 안전화의 중요성에 대해선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아직 안전불감증은 남아있다. 고소작업을 할 때 안전고리를 안채우시는 분들도 있다. 현장감독이 단속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에서 안전관리를 미흡하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대부분 감독을 철저히 하고 안전에 민감한 것 같은데 중소건설사들은 안전관리비를 아끼려 안전설비를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박용석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 조직부장은 “임금문제나 안전문제 모두 잘못된 하도급 시스템에서 오는 거다. 원청에서 하도급업체로, 하도급업체에서 단종업체로 공사가 내려오면서 깎이는 비용의 손해가 결국 노동자의 임금과 안전을 깎게 되는 것”이라며 “건설협회 등에서 말하는 적정임금이 현장에서 지켜질 수 없는 이유다. 고질적인 우리나라 건설산업 구조를 바꾸기 전까진 반복될 문제”라고 말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 백승재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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