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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한반도 국면전환'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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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한반도 국면전환'으로 이어질까?

- 북핵 문제 푸는 계기 될지 국제사회 주목
-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분위기 지속에는 난제 많아
- 과거와 사뭇 다른 북 대화 태도에 회담 결과 기대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 오른쪽)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사진 맨 왼쪽)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 오른쪽)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사진 맨 왼쪽)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9일 남북 고위급 당국 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려 북한의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참가를 넘어서 향후 남북 간 긴장 완화의 돌파구를 찾을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간의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중요한 시기에 열린 고위급 회담이고 국민이나 국제사회의 관심도 많은 만큼 이번 회담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제 첫걸음마를 뗀 남북 대화라는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간 대화, 더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평창올림픽을 포함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 개발 완성을 코앞에 둔 북한은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핵전력을 오히려 핵으로 상쇄하고, 우리 정부에는 미국의 비핵화 공조에서 벗어날 것을 강요하는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러면서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과 제재 완화나 대북 지원,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지속해서 거론할 것이란 전망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서는 남측 대표단. (사진 오른쪽부터) 안문현 국무총리실심의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기홍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획사무차장./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서는 남측 대표단. (사진 오른쪽부터) 안문현 국무총리실심의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기홍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획사무차장./뉴시스

미국도 이번 회담에 지지를 표명했지만, 평창올림픽 이후에 비핵화를 포함한 기대만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거나 북미 간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즉각적으로 고강도 군사훈련에 돌입하고 이에 북한은 다시 핵과 미사일 발사라는 무력 카드로 대응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이후에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 대한 합의 시도나 지속적인 평화 분위기로의 국면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핵 문제는 특히 남북 당사자 간은 물론, 북미 간 문제, 미국과 정치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 일본의 이해관계,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점이 난제다.

일각에선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고 스포츠 행사에는 정치를 배제해야 한다’는 관례를 어기면서까지 북한을 두고 스포츠 행사가 좌우지된다는 것에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과거처럼 북한에 매달려 남북 대화 과정에서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집착한 나머지 늘 북한에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겨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고위급 회담은 남북한 모두가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위기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한순간에 모든 걸 풀려고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되고, 양 측은 절박한 심정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는 고위급 회담이 돼야한다는 것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회담 성사 과정에서 우리 통일부의 카운터 파트로 북한이 국가 기구로 격상시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향후 남북 간에 원만한 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으로선 경색 국면으로 치달았던 남한의 보수 정권 때보다는 현 정부와 대화 여지가 많다는 것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온 북측 대표단. (사진 왼쪽부터)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온 북측 대표단. (사진 왼쪽부터)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뉴시스

특히 이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고 했다"면서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가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또한, 회담 형식에 대해서도 리 위원장은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 하겠다"며 '비공개 회담 후 공개'하자는 우리 측 의견에 동의해 과거 억지를 부리며 회담을 파행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회담 분위기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서로를 향해 가시돋힌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앞으로 진행될 남북 간 회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 외교가에서는 이번 고위급 회담이 한반도 정세 국면 전환에 미치는 효과는 회의적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현경병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말 대화 분위기로 가면 좋겠지만, 군사 안보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늘 보여 왔던 예측불허의 행동에는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미 군사훈련을 빌미로 다시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이 평화 무드를 조성하며 잠깐의 해빙 분위기는 맞이하겠지만 국면전환은 단기적이고 부분적이며, 미국을 비롯해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경우 북한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영철 기자 lycl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