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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의상, 넥슨캐쉬로 비트코인 사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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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의상, 넥슨캐쉬로 비트코인 사는 날이 온다

게임업체, 게임재화 통해 발권력 얻게 될까

국내 게임업체들이 속속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한 투자일까. 속내는 더 복잡해 보인다. 그래픽=오재우 디자이너 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게임업체들이 속속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한 투자일까. 속내는 더 복잡해 보인다. 그래픽=오재우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국내 게임업체들이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가상화폐와 게임의 만남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갖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9월 지주사 엔엑스씨(NXC)를 통해 국내 3위권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지분 65.19%를 913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대체 왜?’으나 점점 게임과 가상화폐 산업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임머니는 본질적으로 가상화폐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고 이용자간의 신뢰를 통해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 라캉의 말처럼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기에 가치를 부여받는다.

가상화폐는 게임 내에 갇혀있는 가상화폐를 현실 재화로 발돋움시켜줄 수 있는 방편으로 꼽힌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게임코인과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현재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간의 이동을 ‘자본이동’이란 이름의 방식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과 가상화폐 연동 시스템 구축도 근미래 안에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으로 넥슨캐쉬를 구매하고, 넥슨 캐쉬로 다시 리플을 사는 날이 도래한다는 전망이다.

현재도 '아이템 매니아' 등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게임내 재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상화폐 이용 거래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고 이용자가 직접 게임 내에서 만나 일일이 거래해야 하는 시스템 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게임 아이템 거래에 가상화폐가 포함되면 게임업체들은 단순한 게임업체 이상의 파급력을 소유하게 될 전망이다. '리니지M'의 진명황의 집행검은 몇 비트코인이란 식의 계산이 가능해진다.

게임 아이템은 사실상의 화폐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국경을 건넌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도 가능해진다. 이쯤되면 게임업체는 단순한 콘텐츠 기업을 넘어 화폐를 찍어내는 발권력을 소유하게 된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가상화폐가 만들어내는 미래 모습이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가상화폐가 시장에서 투기의 대상을 넘어 공공연히 화폐로 인정됐을 때 유효하다. 가상화폐가 '한 여름밤의 꿈'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해외에선 비디오 게임 아이템 거래 오피스킨스(OPSkins)의 창업자들이 토큰 판매를 통해 가상 자산 교환을 가능케하는 블록체인 가상 자산 거래 플랫폼 '왁스(WAX)'를 론칭했다. 왁스는 자체적인 가상화폐를 발행해 중간에서 게임 아이템 거래를 매개한다. 오피스킨스의 CEO인 윌리엄 퀴글리 (William Quigley)는 “현재 가상 아이템 거래 산업은 100여개가 넘는 지역별 시장으로 나누어져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만들고 있다”며 “WAX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글로벌 가상 아이템 플랫폼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실시간으로 매도 중인 모든 자산을 카탈로그로 제공한다. 이러한 저장소가 안정적이고 낮은 가격의 결제 네트워크와 만나 가격, 시장 유동성, 성장성을 훨씬 향상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왁스에는 '카운터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배틀그라운드', '도타', '하이즈(H1Z1)' 등의 게임이 포함될 예정이다.

가상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 또한 게임 정보 보안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쉽게 말해 각자가 분산된 ‘장부’를 소유하는 것으로 거래 시 실시간으로 서로의 장부를 대조해 해킹 등 불공정 행위를 차단한다.

엠게임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 전문업체 코인숲과 가상화폐 거래소 페이또와 손을 잡고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엠게임은 1월 중 관련 자회사를 설립하고 채굴 사업을 기반으로 온라인게임 내 활동 정보와 보상, 마켓 등에 적용할 블록체인 개발로 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의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2대 주주다. 두나무는 최근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와 두나무의 협업 시너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빛소프트는 8일 모바일 핀테크 업체 미탭스플러스(대표 김승연)와 ICO 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신규 가상화폐를 만든다고 선언했다. 관련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부터 한빛소프트 주가는 2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였다. 미탭스플러스는 게임을 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업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게임사들은 대부분 게임사업과 가상화폐사업의 연관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단지 투자의 목적일 뿐 게임재화 연동이 배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임업체 입장에선 가뜩이나 게임산업의 골칫거리인 사행성 이슈가 가상화폐와 연동돼 부각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