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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2년 구형] 삼성 “피고인들은 국정농단 주범 아닌 피해자”(종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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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2년 구형] 삼성 “피고인들은 국정농단 주범 아닌 피해자”(종합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결심공판이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결심공판이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공판이 종점에 도착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7일 이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모두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받았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라는 특검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들은 국정농단의 주범이 아닌 피해자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 박영수 특검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


“삼성은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에게 뇌물을 제공했다.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의 말이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명에게 구형하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1·2심을 진행하면서 3400여개에 달하는 증거와 수만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따라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공판에 임했다는 것.

박 특검은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정확성을 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이 사건을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잡고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수사에 임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인했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로서 그룹 계열사 인사와주요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0차 독대’라고 불리는 지난 2014년 9월 12일 독대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객관적 증거 앞에서 겸허하게 진실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국민들은 정치 권력과 재벌의 특권이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이 재판이 건강한 시장경제 정착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구형사유를 밝혔다.

◇ 삼성 “특검 주장, 진실과 증거에 기초한 것 아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박영수 특검의 구형을 들은 후 최후의견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이 사건이 정경유착의 전형이자 국정농단 사태의 본체라고 주장해 왔다”며 “하지만 특검의 주장은 진실과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기업 현안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경유착이란 경제계와 정치권이 부정을 고리로 연결돼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53차례에 걸친 1심 공판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것처럼 부정청탁과 해결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앞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역시 삼성이 청와대에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국정농단 사태에 기업들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기업들은 국정농단으로 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당했다고 판시됐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모두 기업인이다”며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지원했을 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비영리법인과 선수 지원을 한 것이지 어떠한 청탁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의혹 제기는 한줄 문장으로 충분하지만, 이를 해소하려면 수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 사건 판결문이 확정하는 사실은 곧바로 우리나라 현대사에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원칙이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재용 최후진술 “모든 법적 책임·도덕적 비난 다 지겠다”


“재판부가 우리들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하면 모두 나에게 주기를 바란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을 다 지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이다. 이 부회장은 27일 결심공판을 맞아 피고인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본인이 한국에서 빚이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비유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최상의 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능력있는 선배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 꿈은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실력과 노력으로 세계 초일류리더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 꿈과 목표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로 선대가 남긴 유산을 물려받는 것이 아닌 성공한 기업인이 되고 싶다”며 “억울하다. 재판부가 제대로 살펴봐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 실망한 국민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

이 부회장은 최지성 전 부회장 등 다른 피고인들은 회사 일에만 충실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구속된 최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이들을 풀어주고 죄를 본인에게 쏟아달라는 의견이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는 내년 2월 5일 오후 2시에 나온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은 만큼 2심에서는 징역 3년 이하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