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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디지털 골드 or 버블…탄생 9년만에 2만달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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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디지털 골드 or 버블…탄생 9년만에 2만달러 기록

비트코인, 지난해 900달러대에서 1000% 넘게 폭등
튤립버블 일축 속 가격 급등락에도 버티는 투자자들
관리·발행주체 없어…세상 바꿀 것이라는 기대도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광풍에 디지털 골드인지, 아니면 버블로 끝날지 논의가 분분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광풍에 디지털 골드인지, 아니면 버블로 끝날지 논의가 분분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암호화폐(가상화폐)가 디지털 상의 황금이 될지, 버블로 끝날 것인지 관심과 우려가 높다.

일각에서는 '튤립버블'을 말하며 가격이 곧 폭락할 것이라 본다. 반면 1비트코인(BTC)의 가격이 수억 원대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9년 1월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비트코인의 상승률은 '질주'라는 말이 어울린다.

암호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은 작년부터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2013년에 1000달러를 넘어서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이젠 오래된 얘기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단숨에 급등, 1만달러에 들어서더니 2만달러를 넘어선 뒤 조정에 들어갔다.

일부만 거래하던 비트코인 열풍은 이제 광풍으로 진화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정규 시장인 코스닥의 상승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농 섞인 말까지 나온다.

비트코인부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통칭) 가격 통계와 시가총액을 제공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주요 거래소 평균 가격이 963.74달러였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17일 2만89달러(고가 기준)까지 상승했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데이터 덩어리의 가치가 일년 새 1983.92% 급등한 것이다. 한국에도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거래와 환전도 쉬워졌다.

종일 쉬지 않고 24시간 거래되는 특성상 코인계의 일주일은 주식시장의 한 달과 맞먹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단기에 강한 급등세를 보이니 이제라도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학생과 20대 초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상통화(암호화폐의 정부 공식 용어) 규제안 발표 이후 중학생 자녀에게서 "나도 하고 있는데 이제 못하는 것이냐"는 문의가 왔다고 털어놨다. 당혹스러워 물어보니 "친구들 모두 하고 있다"는 답변이 왔단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해 우려가 높다. 관리 주체가 없고 발행주체도 없다. 게다가 데이터 덩어리일 뿐, 어떠한 가치 평가도 불가능한 물건이다. 데이터에 2000만원(한국거래소 가격) 이상의 가격이 붙는다는 건 버블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현재 주요 거래소에서 수십, 수백 개의 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코인에 투자해 전재산을 날렸다는 사례도 나온다. 코인을 이용한 사기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른 걱정도 있다. 비트코인이 자본주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비트코인은 무정부주의적인 물건이다. 코인 생성 옵션을 켜놓는 것만으로 채굴(마이닝)활동을 시작하고 암호화를 통해 블록을 생성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피어투피어(P2P)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인이 발행하고 유통은 개인들이 설립한 거래소를 통하고 있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인 중앙은행 체제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걱정이다.

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 장기 투자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암호화폐가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와 허점을 보완해줄 것이라 주장한다.

현 시점에서 암호화폐 강세가 남해버블, 미시시피버블, 튤립버블처럼 거품이 꺼지며 단지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세상을 바꿀지는 확실치 않다. 또 자본주의를 무너뜨릴지, 보완재가 될지조차 알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송년간담회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열풍에 대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한국은행과 타국의 중앙은행이 (암호화폐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회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주목하는 것은 암호화폐가 변화시킬 세상이다. 이 총재는 "본격적으로 확산된다면 그것이 중앙은행 통화정책, 통화 파급 경로, 지급결제 시스템과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달부터 시카고 선물시장과 상품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기존 금융권은 서서히 암호화폐를 체제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많은 곳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꿀 시스템이 될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