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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강공, 미래에셋그룹 난관 돌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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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강공, 미래에셋그룹 난관 돌파할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이미지 확대보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미래에셋대우가 초대형IB의 꽃인 발행어음사업에 암초를 만났다. 당국으로부터 보류 통보를 받으며 발행어음사업 자체가 올스톱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겉으론 미래에셋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이나 속으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미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 미래에셋대우 발행어음 인가 올스톱…인가까지 시간 걸릴 듯


자료=한국신용평가
자료=한국신용평가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인가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최근 금융위 증선위에서 KB증권의 인가가 무산되며 2호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가 미래에셋대우 쪽으로 유력했다. 발행어음 심사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옵션상품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감독원이 '기관주의'로 결정하며 징계 수위가 여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행어음 심사에서 당국으로부터 전격 보류 통보를 받으며 이 같은 꿈은 물거품이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면 자료를 요청하는 등 조사 때문에 인가 심사가 보류될 것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 기간이 길고 제출 자료도 많은 내부거래 조사의 특성상 발행어음심사가 다시 재개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궁금한 사실은 왜 공정위가 하필이면 이 시점에 전격적으로 내부거래 조사에 나섰느냐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공정위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미흡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박현주 회장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압박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과 박현주 회장의 궁합은 그다지 좋지 않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보고서에서 미래에셋에 대해 “미래에셋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는 다른 재벌그룹이 지배와 상속을 위해 써온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미래에셋 지배구조는 몇 대째 내려온 삼성 등 다른 재벌그룹보다 못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현행 규정에서 지배구조 강화, 지주사 전환 시큰둥


문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공정위와 박현주 회장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내심 지주사 전환을 바라는 공정위의 희망과 달리 박 회장은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배구조를 공고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은 미래에셋캐피탈이다. 그 아래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을 보유 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오너인 박현주 회장으로 지난 9월 말 기준 지분 34.32%로 상단에 위치했다.

현행 규정상 지주회사는 총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치 비중이 50%를 초과하면서 최다 출자자인 경우 피투자 계열사를 ‘자회사’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제껏 미래에셋캐피탈은 이 지주사 규정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 지분가치를 총자산의 절반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차원에서 단기차입금을 조달해 총자산을 증가시켰다.

또 지분 규정으로 1대 출자자가 아닌 2~3대 주주로 바꾸기도 했다. 이때마다 지주사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는다’는 의지에서 한 치도 물러섬이 없다.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지주사 전환이 아니라 미래에셋캐피탈 덩치 키우기다.

실제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2월에 700억원, 6월에 1300억원에 이어 최근에 1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올해 37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기자본 규모는 9월 말 기준으로 1조4616원에 육박한다.

이와 별도로 유상증자 카드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직까지 실시 여부와 시기, 규모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유상증자나 사업확장 등으로 자본을 키우겠다는 큰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지주사 전환을 제외한 다양한 방안으로 지배구조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사로서 고유 업무인 자동차금융, 기업금융,신기술금융 등으로 인해 11월말 자산이 2조 1천억원으로 급증해서 예전처럼 단기차입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또 "해외사업과 해외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어서 현재의 계열사 체계가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더 잘 맞다" 고 말했다.

단 지주사 전환 대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이 발표되면 여기에 포함된 기업 지배구조 방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생각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은행‧증권‧보험 등 다수의 금융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에 대해 기존 업권별 감독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금융그룹 전체로서의 금융‧재무 위험을 관리‧감독하는 방안이다.

크게 지배구조팀, 감독제도팀 등이 중심인데 이 가운데 지배구조팀은 금융그룹 지배구조 투명성과 제도 개선을 맡는다

내년 1월 중 통합감독 주요 추진 과제 및 향후 일정을 포함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향을 발표하며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8년 중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당국에서 검토중인 금융그룹 통합관리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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