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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9) 부산 동래할매파전] 은근한 파향이 후각 사로잡는 동래할매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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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9) 부산 동래할매파전] 은근한 파향이 후각 사로잡는 동래할매파전

추운날 뜨끈한 어묵 국물과 이빨이 시리도록 시원한 평양냉면이 생각난다.

필자는 날씨가 추워 질수록 먹고 싶은 게 많아진다. 특히 그중에서도 고소한 기름냄새가 나는 전(煎)이 좋다. 추운날 먹는 김치전은 별미다. 추운날 먹는 정구지전에 막걸리는 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전(煎)은 언제나 친숙한 음식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 한잔에 전 한젓가락은 인간적인 관계를 돈독히 해준다. 비오는 날 전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입맛을 다지게 한다. 지이직 소리를 내며 철판에서 구워지는 전은 청각을 자극시키고 고소한 냄새는 후각을 자극시킨다. 전은 사람의 언 마음을 녹이는 것 같다.

가끔씩 동래파전이 생각이 난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부산으로 간다. 동래파전의 향긋한 파 향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예로부터 부산 기장에는 쪽파가, 명지산에는 대파가 맛있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산 앞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이 많다보니 맛있는 동래파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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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파에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어 불에 살짝 구운 동래파전은 한양의 임금님께도 진상될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관리가 중앙에서 내려오면 특별한 음식으로 대접했던 동래파전은 근대화로 세상이 바뀌면서 신분에 상관없이 서민에게 팔기 시작했고 동래파전 먹으러 동래장에 간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였다고 한다.

만드는 재료 역시 남다르다. 파전의 반죽재료로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쌀가루 등을 이용한다. 거기에 싱싱한 쪽파 위에 파, 홍합, 굴, 새우, 조갯살 등 갖은 해산물과 쌀가루 반죽을 얹고 달걀을 풀어 지져내어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래파전은 맛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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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동래파전이 맛있다는 몇몇 소문난 곳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부산 향토음식 1호점인 부산 동래할매파전이다. 1940년에 시작하여 4대째 8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동래파전에 원조라고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을 만큼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다.

보통 파전을 파는 곳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면서 소란스럽지만 이곳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의 가격 역시 만만치 않지만 한정식에서 볼만한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을 볼 수 있다. 특히 묵직해 보이는 유기에 담겨져 나온 두툼한 동래파전은 그 자체만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동래파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파전과 사뭇 다르다. 보통 우리가 많이 접하는 전은 겉이 바삭하게 튀겨진 듯한 모습인데 반해 동래파전은 덜 익은듯 질퍽한 느낌이 든다.

바늘에 실이 빠지면 안되는 것 처럼 동래파전에 빠지면 섭섭할 금정산성막걸리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전통민속주 1호와 동래파전은 먹기도 전에 입속 침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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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할매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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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본다.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식감이 먼저 와 닿는다. 은근한 파 향의 맛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 같다. 그리고 사이사이 해물의 감칠맛이 더해지는 것 같다. 파전 위에 살짝 익은 달걀과 같이 먹어 보면 흡사 찜을 먹는 것 같다. 특히 전을 먹고 나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의 청량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목젓을 타고 내려가면서 은근한 파향과 만나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행복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맛있는 음식이 사람에게 주는 행복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은은한 파 향이 이어져 오는 것 같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