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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중국의 오만과 문대통령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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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중국의 오만과 문대통령 역지사지(易地思之)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오만이 도를 넘고있다. 한국 기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격에 맞지않는 하위직을 공항 영접단으로 내 보내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세끼 연속으로  혼자 식사하는 혼밥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대통령은 중국측에 역지사지만을 역설했다. 우리가 역지사지하겠다는 것인지  중국 더러 우리를 역지사지 하라는 것인지 그 의미를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악수 모습. 사진 청와대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오만이 도를 넘고있다. 한국 기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격에 맞지않는 하위직을 공항 영접단으로 내 보내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세끼 연속으로 혼자 식사하는 혼밥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대통령은 중국측에 역지사지만을 역설했다. 우리가 역지사지하겠다는 것인지 중국 더러 우리를 역지사지 하라는 것인지 그 의미를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악수 모습. 사진 청와대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기자] 시진핑 국가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분위기와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할 수 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먼저 꺼낸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저는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면서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중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할 기회가 됨으로써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 된다"고 했다.
한자문화권 국가끼리는 정상들 간의 외교에서 고사성어가 자주 등장한다. 한마디의 고사성이가 수백 수천 장의 외교문서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전쟁 직전 상황으로까지 갔다가 멋진 고사성어 하나로 위기를 넘기고 동맹의 관계로 나아간 사례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자사지할 기회가 되었다고 말하자 시진핑 주석은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로 중한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면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고 화답했다. 지난 11월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시 주석은 자리를 옮겨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는 사드 발언을 했다. "한국 측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 달 전의 “책임론”에서 “적절한 처리”로 다소 완화됐다. 역지사지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제안에 최소한의 화답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사드와 관련하여 중국 측에 할 말이 많다. 사드 배치론이 나온 이후 1년6개월 이상 중국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한국 기업들을 괴롭혔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였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주권에 관한 문제다. 사드배치를 막고 싶으면 그 원인을 제공한 북한을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이것이 대다수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다.

물론 중국의 시각은 다르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연합군사 훈련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미 연합훈련으로 전쟁 위협을 느끼는 북한이 자위권 차원에서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이 없다면 북한 핵개발과 한반도 사드 배치도 덩달아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핵과 한미연합 훈련을 동시에 없애자는 쌍중단과 쌍궤병행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훔쳐보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또 한국이 미국이 유사시에 한반도 성주에 배치된 사드로 중국에 미사일을 날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사드배치를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시각은 이처럼 크게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지사지를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가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역지사지란 말의 출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 맹자 이루 편에 禹稷顔回同道 … 禹稷顔子易地則皆然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우(禹)는 중국 최초의 국가라는 하(夏)나라의 시조이다. 성군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 다음 글자인 직(稷)은 후직(后稷)을 일컫는다. 후직은 신농(神農)과 함께 농업의 신으로 숭배되는 인물이다. 순(舜)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적에 농업을 관장했다고 전해진다. 종묘사직(宗廟社稷)이라고 할 때 직이 바로 이 후직에서 나온 말이다. 안회(顔回)는 공자의 제자이다. 공자는 자신의 제자인 안회(顔回)를 가리켜 난세에 누추한 골목에서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다른 사람들은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안빈낙도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임금과 후직도 청렴하고 깨끗한 성품으로 정평이 높다.

맹자 이루편의 앞 네 글자 禹稷顔回는 우임금과 후직 그리고 안회를 지칭하는 것이다. 禹稷顔回同道는 우임금과 후직 그리고 안회가 같은 길을 걸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같은 길이란 곧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안빈낙도를 말한다. 안반낙도의 길을 걸어간다는 점에서 세 사람 즉 우임금과 후직 그리고 안회는 똑같다는 의미이다.

그 다음 대목이 더 중요하다. 맹자 이루 편에는 禹稷顔子易地則皆然이라고 되어있다. 이 역시 앞 네 글자 禹稷顔子는 우임금과 후직 그리고 안회를 지칭한다. 네 글자 다음의 ‘역지즉개연 (易地則皆然)은 처지가 바뀌면 모두 그러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임금과 후직 그리고 안회 세 영웅은 서로 다른 인생을 살다가 갔지만 만약 안회가 태평성대에 살았다면 우 임금이나 후직처럼 행동했을 것이며, 우 임금과 후직도 난세에 살았다면 안회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맹자는 갈파하고 있다.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은 처지가 바뀌면 모두 그러했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월 이 흐르면서 그 뜻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로 바뀌었다.

맹자 이루편에는 또 禮人不答反基敬 愛人不親反基仁 治人不治反基智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내가 남에게 잘 대해줘도 그로부터 감상의 답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다시 돌아보고 남을 다스리려고 해도 잘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는 뜻이다. 자기 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헤아려보라는 삶의 지혜이다. 여기에도 역지사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역지사지는 하공 할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무조건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는 정면으로 대립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외칠 때 중국은 무례와 오만으로 응수했다. .

역지사지와 중국의 오만이 어색하기만 하다.


김대호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