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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고등어의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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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고등어의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대치동의 거꾸로 학습법


대치동 수학학원에 가면 “거꾸로 학습법”이라는 게 있다. 예습을 한 학생이 칠판 앞에서 문제를 풀며 친구들에게 설명을 한다. 학생이 선생 입장이 돼서 공부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학습법을 고안한 학원은 자리를 잡은 듯했다. 가르치는 게 진짜 실력이 된다는 건 당신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운전이든 요리든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왜 우리는 그 학원의 원장이 되지 못했을까? 선생은 선생이고 학생은 학생이라는 보편적 상식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상식은 안전하다. 그러나 그만큼 돈이 될 확률은 적다. 물고 물리는 경쟁의 시대, 상식의 반대편으로 가라. 상식의 반대편엔 사람이 별로 없다. 독야청청의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상식 반대편의 생각을 흔히 역발상이라고 부른다.

◇서머타임의 유래

전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겨울이 다가오면 양초의 소비가 늘어났다. 일찍 어두워진 시간만큼 불을 밝혀야 더 오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당연하다. 뭐가 문제냐고? 다시 생각해보자. 필요한 것이 빛인가? 일할 수 있는 시간 아닌가? 문제의 본질은 노동량이다. 양초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본 사람은 전기를 발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밝은 아침에 일하고 저녁에 일찍 가면 되겠네” 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서머타임의 시작이다. 요즘은 조지 허드슨이라는 곤충학자의 발명품이라는 설도 있긴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도 이 방면의 대가이다. 알렉산더는 고르디우스의 신전에 묶인 짐수레의 매듭을 풀어야 했다. 손으로 풀었을까? 쩔쩔매면서? 그는 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르는 것도 푸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단숨에 검으로 매듭을 내리쳤다. 역발상은 문제 자체를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결과물이다.

◇코레일의 경쟁자 설정법


강릉까지 한 시간 반이면 달려가는 KTX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자가용이나 비행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속도나 요금, 안전성과 같은 실리적 혜택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새로운 해법이 가능한 반대의 관점은 무엇일까? 반대의 관점을 얻기 위해 당연히 우리는 반대로 물어야 한다. KTX를 타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KTX를 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왜 KTX를 타지 않는 것일까? 이런 역발상의 물음을 통해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이 코레일의 또 다른 경쟁자였음을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화상 통화는 만나지 않고도 만났다는 착각과 변명을 제공했다. 그때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나눈 웃음과 마주 잡은 따스한 손을 기억하는가? 직접 만나는 아날로그적 소통 방식이야말로 관계의 진정성을 의미한다. 어려운 일일수록 직접 만나면 해결된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화상 전화를 드리며 직접 명절에 가지 못하는 자식의 숨겨진 미안함을 광고 캠페인에 있는 그대로 담았다. ‘이제 당신을 보내세요’라는 광고 메시지는 그래서 태어났다. 얼마 전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다” 라는 책이 있었다. 나이키는 집에서 게임에만 몰두하는 젊은 층이 문제라고 본 것이다. 지금 당신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누구인가? 혹시 싸움의 상대를 잘못 설정하진 않았는가? 정반대의 관점에서 질문을 찾아보라.

◇역발상의 달인을 위하여


개콘의 연기자들은 아이디어의 달인들이다. ‘리얼 사운드’라는 코너가 있다. 소리를 흉내 내는 코너다. 파리가 우는 소리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귀속으로 들어간 파리를 손으로 쳐서 쫒아내는 행동으로 표현했다. 소리를 행동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기발함으로 시청률을 올린 것이다. 상식적인 상황이나 역할을 거꾸로 규정하는 것에서 반전의 묘미는 태어난다.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는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에서 절대적 규칙성의 대상인 시간을 상대적 유연성의 개념으로 바꾸었다. 피에로 만초니는 의자를 뒤집어 놓고 지구를 떠받치는 자리라는 뜻으로 “세계의 대좌”라고 이름을 붙였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고도 비만에 가까운 신체를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화가다. 기존의 세계를 전복해야 새로운 세계가 태어난다. 변기통을 뜯어 현대미술을 출발시킨 뒤샹도 마찬가지다. 개도 못 먹는 감자를 오히려 왕실 야채라고 포장해서 팔아 치운 프리드리히 대제나 ‘창녀는 꼭 베일을 써야 한다’라는 법을 통해서 터키의 근대화를 앞당긴 아타투르크 또한 역발상의 천재들이다.

◇고등어의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


자 이제 당신 차례다. 당신의 책상 위에 비린 냄새를 풍기는 고등어가 있다.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냉장고에 넣는다. 비닐포장을 한다. 고양이에게 던져준다. 향을 피운다. 과자와 바꾸어 먹는다. 재빨리 조리한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반대의 관점으로 가보자. 고등어인가? 냄새인가? 냄새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역발상의 대답이 가능하다. 내 코를 자른다. 알겠는가?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다. 역발상의 관점으로 다시 시작하라.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