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내부는 공사가 한창이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공사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입주가 추진됐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내부에 들어서면 기침이 절로 나오는 탁한 공기와 불쾌한 냄새가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다.
1층과 2층, 3층은 에스컬레이터가 마련되어 있다. 통유리로 된 벽 안에서는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수북하게 쌓인 공사자재들은 공사가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직원들이 입주할 예정이었던 5층 사무실로의 진입은 통제되고 있었다. 관계자는 “동행할 직원도 없고 내부 정리 중이라 올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용산 신사옥으로 입주를 시작한다고 발표, 용산 시대 개막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아모레퍼시픽의 용산 신사옥은 지하7층, 지상 22층으로, 연면적 18만 8902.07m²(약 5만7150평)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1차 입주를 시작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 중 다수가 두통과 어지럼증, 눈 따가움 등을 호소해 이전에 제동이 걸렸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원들을 신사옥에서 모두 철수시키고 전 사옥인 시그니처 타워로 복귀시키거나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27일로 예정됐던 2차 입주도 다음 주로 날짜를 옮긴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새집증후군 현상에 대해 “가구와 인테리어 문제로 인지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사과정에서 생기는 분진이나 새로운 가구로 인한 것일 수 있다. 11월 준공인가도 났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직접적 귀책사유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시공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적시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9월 29일 준공이전 사용승인 이미 났고 베이크아웃(새로 짓거나 개·보수작업을 마친 건물 등의 실내 공기온도를 높여 건축자재나 마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방법)도 했다”면서 “공기질은 계속 측정을 하고 있고 법적 기준치가 준수됐다. 일시적으로 공사 때문에 일부 공간에서 안 좋은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입주민인 아모레퍼시픽이 오히려 “시공엔 문제가 없다”며 시공사인 현대건설을 두둔하고 있다. 마치 ‘새집증후군’에 시달리는 아파트 입주민이 “건설사가 잘못한 건 아니다”라고 변호하는 모양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이 사옥으로 사용 중인 중구 청계천로 시그니처 타워는 내년 1월에서 2월사이 임대계약이 만료된다. 일각에서는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아모레퍼시픽이 이전을 앞당기기 위해 현대건설 측에 빠른 준공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건설은 당초 예정된 완공일(12월 31일)보다 두 달여 빠르게 준공을 완료했다. 하지만 신사옥 내부는 주요 사무실을 제외하면 내부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