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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제강에 이은 미쓰비시 데이터 조작 파문…일본 벗어나 중국 대륙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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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제강에 이은 미쓰비시 데이터 조작 파문…일본 벗어나 중국 대륙도 '들썩'

중국 업체 상당수가 미쓰비시 엔진 채용

중국 로컬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선망의 대상인 '미쓰비시 4G63 엔진'. 자료=沉阳三菱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로컬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선망의 대상인 '미쓰비시 4G63 엔진'. 자료=沉阳三菱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끊이지 않는 '메이드인 재팬' 붕괴 소식이 이번에는 미쓰비시로 향했다. 계열사 3곳의 데이터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 제조기업의 신뢰성은 한층 더 추락했다. 그리고 이번 미쓰비시의 데이터 조작 여파는 국내를 벗어나 중국 대륙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신랑망은 지난 주말 미쓰비시는 연비 부정 문제 후 닛산 산하로 들어가면서 대규모 내부 개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미쓰비시 자동차에 대한 나쁜 소식에 "적지 않은 중국인 사용자가 몰래 기뻐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많은 중국 업체들이 여전히 미쓰비시 엔진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결코 높지 않았던 미쓰비시는 완제품 자동차 보다는 중국 제조업체에 대한 엔진 공급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1997년 랴오닝성 선양시에 선양미쓰비시(沉阳三菱)를 설립한 후 1998년 헤이룽장성 하얼빈에도 동안미쓰비시(东安三菱)를 설립해 엔진을 생산함으로써 많은 중국 제조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채 은근히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자리매김하며 상당한 이익을 올렸다.

당시 중국 대륙에서 생산되던 미쓰비시 엔진은 최신형이 아니었다. 일본 기업들은 원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자동차는 팔아도, 기술은 팔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모든 기업의 해외 공장에서 핵심 부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따라서 미쓰비시 또한 최신형 엔진이 아닌 한물 간 대부분 공개된 엔진을 중국 대륙에서 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성숙하고 비용도 낮았기 때문에 많은 로컬 업체들이 미쓰비시 엔진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쓰비시는 중국 제조업체에 공급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로 중국 엔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실제 중국 제조업체가 도요타와 혼다, 포드, 폭스바겐 등의 최신형 고급 엔진을 채용하지 않은 이유는 "비용이 너무 높거나 손에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미쓰비시 엔진을 채용했던 일부 로컬 자동차 기업들은 미쓰비시의 엔진을 모방해 자체 엔진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미쓰비시 엔진을 뿌리치기에 중국의 엔진 기술력은 여전히 미약한 상태다. 최근 들어 중국의 자동차 기술력이 급상승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인 엔진에 대한 독립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쓰비시 데이터 조작 파문이 대륙을 흔들고 있는 이유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