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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내진설계 건축물 고작 20%… 내진보강 대책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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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내진설계 건축물 고작 20%… 내진보강 대책마련 시급

비용 부담에 건축주들 내진보강 기피… 정부 차원 대책 필요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일어난 지진 피해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일어난 지진 영향으로 내진설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88년 처음 의무화된 건축물 내진설계 규정은 거듭 확대·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축물 중 내진설계 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은 전체의 20%에 그친다.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기존 건물들에 대한 내진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내진설계 기준, 어떻게 변해왔나


24일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진설계 의무화 첫 도입 당시 적용대상은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만㎡이상인 모든 건축물이었다. 관람집회시설이나 박물관, 기념관은 5000㎡이상, 판매시설은 1만㎡ 등으로 더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공장은 이 기준에서 제외됐다.

이후 96년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만㎡이상인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모든 건축물로 기준이 강화되고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지난 99년에는 국가적 문화유산들까지 확대됐다.

본격적으로 내진설계 기준이 강화된 것은 2005년이다. 규모 5.5 정도 지진을 견디는 것에 그쳤던 기준은 2005년 규모 6.0 지진까지 견디도록 상향조정됐다. 적용대상도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00㎡이상의 건축물까지 확대됐다.

이후 2009년에는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져 높이 13m이상이거나 처마높이 9m이상의 건물에는 모두 내진설계를 적용토록 했다. 기둥과 기둥사이 거리가 10m이상 나는 건축물도 포함됐다.

2015년에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이상인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가 적용되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이상인 모든 건물까지 확대됐다.

안전영향평가도 강화를 거듭해 지난 2월에는 초고층 건축물 등의 건축물은 허가 전에 시설안전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됐다.

◇내진설계 강화보다 내진보강 중요


2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민간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8172동 가운데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은 56만3316동(20.6%)에 그쳤다.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이 적은 이유는 강화된 내진설계기준이 새로운 건축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1988년 이전 건축물들의 경우 내진설계가 전혀 안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건축주들이 비용을 이유로 내진보강을 꺼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진설계의 경우 구조설계에 속하기 때문에 건물을 올릴 때 적용하지 않으면 후속적 보강이 힘들다”면서 “보강을 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엄청나다. 규모가 적은 2층짜리 상가 건물도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공공건축물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에서 내진보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민간 건축물의 경우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며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내진보강을) 건축주들이 많이 꺼릴 수 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며 “현재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위한 지원을 검토 중이지만 기재부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은 내진설계를 규모 6.0~6.5 (수정 메르칼리 진도 Ⅶ~Ⅷ)의 강진에 대해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지진발생시 건물의 소성변형으로 붕괴하지 않고 저항해 인명의 피해가 없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규모 6.0이상의 지진이 감지된 적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내진설계 기준이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만 문제는 기준을 충족하는 건물들이 현저히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기보다는 내진설계 미적용 건물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