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박사의 경제진단] 미국 연준 FRB 음모론의 진상… 금융 마피아의 소굴?

차기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지명 이후, 다시 이는 미국 연준의 실체

기사입력 : 2017-11-03 12:45 (최종수정 2017-11-0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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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이 차기 연준의장으로 지명됐다. 이 인사 이후 또 연준 음모론이 재연되고 있다. 주식회사로 출발한 연준이 주주인 금융마피아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은 물론 세계를 농단하고 있다는 것이 연준 음모론의 핵심이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에 제롬 파월 변호사가 공식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 3일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연준 인사를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의 선택은 제롬 파월이다. 현재 연준 이사를 맡고 있는 제롬 파월은 곧 상원 청문회에 들어간다. 여기서 의회 인준을 받으면 재닛 옐런에 이어 2018년 2월 연준 의장으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파월 지명자는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한 직업 변호사다. 칼라일 사모펀드 등에서 법률담당으로 일해왔다. 부시 정부 당시 재무부 차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명으로 2012년 이사로 연준에 합류했다. 공화당 당원이면서도 민주당 정부 때 발탁된 이례적 인사의 주인공이다.

파월 지명을 계기로 월가에서는 연준의 소유 구조와 인선 방식이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연준은 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주식회사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공권력으로 직접 만든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는 설립 형태가 다르다. 한국은행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주주가 없다.

이에 반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은행은 주식회사 형태다. 민간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주식회사다.

그런 만큼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 의장도 주주들인 은행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선임권을 맡겨두면 연준 인사가 정략적 또는 정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월가에서는 재닛 옐런의 퇴진을 안타깝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14년 연준 역사상 사상 첫 여성 의장으로 출법한 옐런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야기된 양적완화를 효과적으로 수습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물가안정 속에 고도성장을 구가하게 된 것도 옐런의 탁월한 금융통화정책 덕분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앞으로 계속될 미국 경제의 번영을 감안해서라도 재닛 옐런이 연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월가의 주장대로 만약 연준의 주주들인 금융기관이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옐런의 연임쪽으로 기울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 성향의 옐런 대신 공화당 성향의 파월을 선택했다. 트럼프로서는 오마바가 직접 의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소속의 옐런이 거북했을 수 있다. 실제로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 연준에서 트럼프의 오바마 흔적 지우기 이상이 아니다 라고 혹평하고 있다.

연준 역사상 4년 임기 단임으로 물러나는 의장은 이번 재닛 옐런이 처음이다. 이사로서의 임기는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으나 새로 의장이 선임된 만큼 옐런으로서는 그 밑에서 일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후임자인 제롬 파월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옐런은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대통령의 연준 이사 선임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은 이처럼 소유구조가 독특하다.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연준이 주식회사 형태로 출범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미국에서 연준 탄생 논의가 본격적으로 인 것은 1907년부터다. 그해 미국에 금융 공황이 발생했다. 공황하면 우리는 흔히 1929년 대공황을 연상한다. 1929년 대공황의 쇼크가 워낙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공황은 수시로 이어져왔다. 특히 1907년 공황이 바로 1929년 공황의 뿌리라고 보는 경제사학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1907년 공황은 1929년 대공황보다 더 심각했다.

1907년 공황의 발단은 이른바 몬태나의 구리왕(Copper King) 사건이다. 당시 ‘유나이티드 구리회사’(United Copper Company)라는 기업이 있었다. 구리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었다. 하인츠 등이 은행에서 융자받은 돈으로 주식을 사모아 가격을 올린 다음 그 정점에서 매도를 해 차익을 먹겠다는 음모를 꾸몄다.

하인츠 등의 음모는 성공하지 못했다. 주식을 살 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제대로 주가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그 바람에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버렸다. 은행 빚으로 주식을 산 하인츠 일당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 소문이 알려지면서 뉴욕의 은행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구리 왕들이 돈을 제때 못 갚으면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부도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돈을 빼가기 시작한 것이다.

잇단 예금 인출로 수많은 은행들이 지급 불능에 빠졌다. 은행들에 돈을 빌려준 또 다른 은행들도 덩달아 무너졌다. 그러자 일반 사람들도 덩달아 돈을 찾기 시작했다. 은행이 일시에 마비됐다. 주식도 못 믿겠다며 마구 팔아치웠다,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이다.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1907년 금융공황이다.

국가가 무너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때 스스로 몸을 던져 미국의 위기를 구한 인물이 바로 JP모건이었다. 그는 위기에 처한 투자신탁 사장과 은행장들을 모두 불렀다. 모간의 본사가 있던 월 스트리트 23번지로 소집한 것. 그리고는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왕창 풀었다. 아무도 돈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던 상황에서 대단한 용기였다. 지원해준 자금을 모두 떼일 수도 있는 위험한 승부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간이 무제한 돈을 푼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예금 인출 사태가 진정됐다.

모건의 승부수는 물론 자신이 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금융이 모두 무너지면 금융자산이 가장 많은 모건 또한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모든 돈을 던져 금융공황을 수습한다는 것은 대단한 배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건의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으로 공황이 수습됐다. 이때부터 모건의 공신력은 커졌다.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 미국에서는 모든 시중은행들이 각자 은행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각 시중은행들이 찍어낸 제각각의 은행권을 사용하고 있었다.

1907년 대공황 수습 이후 모건의 영향력이 세어지면서 은행 화폐에도 권력 변동 현상이 생겨났다. JP모건 은행이 발행한 은행권의 공신력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JP모건을 제외한 다른 은행이 발생한 은행권은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결국 JP 모건이 발행한 은행권이 사실상 미국의 대표 통화로 사용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은 1913년 연준을 만들기에 이른다. 나라의 기둥 같은 화폐제도를 더 이상 민간에만 맡길 수 없다는 논의가 이어지면서 마침내 미국도 중앙은행 제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그동안 JP모건을 비롯한 민간 은행의 역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을 배제할 경우 한꺼번에 돈이 빠져 나갈 우려도 없지 않았다.

결국 절충 끝에 민간은행을 적극 끌어들면서도 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절충의 방식을 구상하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민간은행들이 자금을 출자하여 주식회사 형태로 연준을 세우되 일반 주식회사와는 달리 주주들의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위원 중 연준 의장을 포함 7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높였다. 연준의 영업이익도 모두 국가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이 같은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연준을 향한 오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 금융자본이 미국을 말아먹고 있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학자 쑹훙빙은 수 년 전 펴낸 '화폐전쟁'이라는 책에서 유대자본이 미국 금융을 농단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쑹훙빙은 이 화폐전쟁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도 연준 주주들인 소수 금융재벌들의 농단이라고 갈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연준 제도를 잘못 이해한 데서 오는 오해일 뿐이다. 미국 연준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중앙은행보다 강력한 독립성을 보유하고 있다. 연준에 출자한 주주은행들로는 JP모건, 내셔널시티, 내셔널, 하노버, 체이스 그리고 케미컬은행 등이 있다. 이들은 연준 설립과정에서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연준의 어떠한 결정에도 관여하지 못한다.

연준은 주주는 물론 정부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정부가 출자한 기관이 아닌 만큼 국가의 감시감독을 받을 필요도 없다. 오로지 의회가 제정한 연방은행법만 지키면 된다. 민간은행의 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정부 간섭에 의연할 수 있는 좋은 밑바탕이 되고 있다.

미국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세계의 강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달러 패권에서 나온다. 그 달러 패권은 중안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에 뿌리내리고 있다. 연준이 민간은행 공동 출자의 주식회사라고 하여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아주 큰 착각이다.


김대호 경제학박사·대기자 yoonsk828@g-enews.com 김대호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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