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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가족 상실에 얽힌 비극을 화평의 무대로…구미시립무용단 김우석 안무의 '해님과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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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가족 상실에 얽힌 비극을 화평의 무대로…구미시립무용단 김우석 안무의 '해님과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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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무용단 김우석 안무의 '해님과 달님'
춤 창작에 있어서 지역무용단의 고민은 예술성과 오락성 배합에 있을 것이다. 예술성 배가는 충분한 연습 시간과 스타 무용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오락성 강조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념 없는 공연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그 접점에서 춤 수사와 전개방식에 고민하며 구전 원형이 있는 『해님과 달님』의 무대화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10월 26일(목) 오후 7시30분 구미 강동문화복지회관(구미문화예술회관 분관)에서 제57회 구미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우석)의 정기공연 김우석 안무의 『해님과 달님』 공연이 있었다. 전석 무료공연으로 진행된 작품은 '우리 전래동화의 새로운 전환'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대공연장 천생아트홀 700석과 통로까지 내려앉을 정도로 입추의 여지없이 관객들은 운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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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무용단 김우석 안무의 '해님과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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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말로 잘 알려진 전래 잔혹동화 '해님달님'을 재해석한 안무가 김우석은 무용극 『해님과 달님』을 기존 동화와 차별화시키며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안무가는 원전에 충실한 모방적 재현보다는 가족의 상실에 얽힌 비극을 일정한 시점에서 타개하고 화평을 강구하는 원초적 의지를 보인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의 무대화는 모험을 수반한다. 어린 관객을 위한 성우의 소리연기가 있는 해설, 동화책을 연상시키는 판화적 영상, 전통소리, 독무에서 군무에 이르는 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객석에서 등장하는 엿장수와 광대연기, 와이어를 이용한 공간 이동 등이 연출된 공연은 춤, 문학, 미술, 연극, 영상, 음악, 전통을 아우르며 총체무용극의 전범(典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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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무용단 김우석 안무의 '해님과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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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서정적 낭만이 담겨있는 동화적 색채의 시골집 평상과 깊은 산골을 보여준다. 프롤로그 '엄마의 진심'은 젊어서 홀로된 어머니의 희생을 상기시키며 어머니의 독무를 보여준다. '酒(주)'가 내걸린 주막, 손님들이 분주한 곳에서 '떡'을 팔았던 어미가 자주 들린 곳이다. 웃음을 자아내는 술병, 술잔, 술상이 술집 분위기를 묘사하는 영상이 화면에 떠오른다.

인간과 호랑이와의 대결을 그린 『해님과 달님』은 프롤로그, 1장 '행복한 오누이와 엄마', 2장 '장날', 3장 '호랑이들의 습격', 4장 '달님의 꿈속', 5장 '달님의 마음', 6장 '호랑이 잡기'로 구성되어 있다. 의미를 확장하면 선과 악, 수호와 침입, 충효와 불법의 대결 구도이다. '행복한 오누이와 엄마'의 일상을 상징하는 3인무는 전개될 다음 장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시킨다.
샤막이 내려가면 '장날', 엿장수가 엿판을 들고 관객들에게 엿을 뿌리며 객석에서 등장한다. 풍선 연기, 줄팽이 돌리기 등 묘기가 진행된다. 샤막이 올라가면 절도 있는 마을 사람들의 춤이 따른다. 피에로 차림의 광대를 구경나온 마을사람들과 떡 파는 엄마가 어울린 흥겨운 장날은 탈이 웃고, 호각이 춤을 춘다. 관객들의 함성과 타악 주조의 음악이 극장을 꽉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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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분장과 의상이 인상적인 객석에서 진입하는 '호랑이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코믹하고 위협적인 호랑이 춤 5인무는 비트와 박, 호랑이의 포효에 맞추어 개성있는 춤을 보이면서 느림과 빠름을 오간다. 전나무 눈발을 타고 탱고로 바뀌면서 붉은 빛 적의의 호랑이와 여인들이 어울린 다섯 쌍은 춤을 춘다. 호랑이의 간계에 빠진 엄마의 죽음이 '달님의 꿈속'에 비친다.

하늘을 날아 달님이 내려온다. 동요('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기억해줘요….')가 들려오고 슬퍼하는 달님의 독무에 제비 사인무가 등장한다. '달님의 마음'을 읽은 제비들의 도움으로 복수를 결심한다. '호랑이 잡기'를 위해 호랑이에 잡힌 척 유인하는 오누이,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호랑이 사냥에 성공한다. 전통사운드와 현대음이 어울리면서 춤은 절정에 이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해님과 달님은 하늘로 올라가고, 위험에 공동 대처한 의지의 불꽃은 민초들의 상징인 민들레를 불러온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기쁨의 춤을 춘다. 하늘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꽃가루가 내린다. 모든 연령층이 즐기면서 춤과 좀 더 친숙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 안무작은 초과 목표를 달성하면서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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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도시를 발전시킨다. 전국 대부분의 무용단 무용수들이 비정규직 형태로 공연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하여 문화도시의 위상을 살릴 상주 무용수들이 소속감을 갖고 작품의 질 향상에 더욱 기여할 것과 전문 예술가들(무용수들)이 격에 합당한 지원을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탄탄한 짜임새와 창의적 상상력으로 역량을 보여준 안무가, 자신을 희생하여 양질의 작품이 탄생되도록 기량을 보여준 단원들 모두에게 존중의 말을 전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