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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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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법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일전 어느 세미나에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데 낙타의 인내와 사자의 용맹함, 아이의 순수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재미있는 관점이었지만 관념적인 총론에 그쳐 아쉬웠다. 좀 더 들여다보면 낙타는 생존을 위한 자기 진화적 체질개선을 통해 사막을 건넌다. 낙타의 등은 사막을 건널 때 필요한 물의 저장소이고 두껍고 긴 속눈썹은 모래 바람을 막아주며 기린에 버금가는 긴 다리는 모래밭의 이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디지털 시대의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에게 좀 더 구체적인 좌표가 필요하다.

◇눕방과 삼시세끼의 공통점


1년 전 쯤 개그맨 이경규가 ‘눕방’을 해서 화제가 됐다. 강아지와 누워서 방송해서 시청률을 올린 것이다. 출연자가 누워서 방송을 하다니,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마리텔’이라는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게 하고 그 반응 결과를 반영해서 순위를 결정한다. 여기에서 그는 기세 좋게 몇 주간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찌만 던져놓고 5분 10분이 지나갔다. 작가들이 쓴 자막이 없다면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도 시청자들의 수많은 댓글을 유도해 다른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세상의 바쁜 일상에 시달려 한적한 물가에서 강태공이라도 되고 싶었던 걸까? 프로그램 만들기의 천재라는 나영석 PD는 1박2일의 창시자다. 강호동과 출연자들에게 까나리액젓을 먹이고 한겨울에도 얼음 연못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어 시청률을 올렸다. 그런 그가 슬며시 ‘꽃보다~’ 시리즈를 내 놓았다. 한때의 스타였지만 인생의 희로애락을 달관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세계 여행기는 자신들만이 간직한 만고풍상의 개인사를 여과 없이 들려주며 따뜻한 우정을 그려 냈다. ‘삼시세끼’에선 젊은 스타들을 외딴 시골로, 섬으로 보내 강아지나 고양이, 양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며 밭에서 따 온 야채나 시골장터의 구멍가게에서 사 온 반찬으로 삼시세끼를 지어먹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대한민국의 관광도시 강릉이나 경주나 전주를 들리며 숨어있는 역사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알쓸신잡’과 같은 콘텐츠도 만들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날로그적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효리네 민박’의 무대가 도시의 빌딩숲이라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관계의 피곤함과 자칫 소외를 가중시키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는 재미있는 유머든 감동적인 동영상이든 좀 더 인간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고향이나 전원생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 꾸준한 시청률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효리네 민박’의 무대가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관심을 끌 수 있었을까?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 세대가 끊임없이 디지털로 소통하고 디지털로 생활하지만 혼밥, 혼술과 같이 '나의 행복'에 집중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는 '자발적으로 혼자되기'를 즐긴다는 경향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디지털 때문에 오히려 아날로그적 삶이 가능해진 역설적 모순을 이해해야 한다.

◇불확정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사드 여파로 곤란을 겪고 있으면서도 일부 기업은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반면 청년실업의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지속되고 있다. 그런 여파를 대변하듯 양가적 가치가 함께 존재하고 있는 양상이다. 자괴감과 불신으로 가득하지만 자부심과 연대감으로 뭉치기도 한다. 올해 최대 유행어인 욜로(Yolo)족은 실용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사람들이다. 희소성을 찾는데 대중성 또한 놓치고 싶지 않다. 이렇게 극단의 모순이 대립하며 공존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체불명의 공룡 앞에서 감성적 자존감과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극단에서 존재하나 서로 병립해야 그 가치가 살아 날 것이다. 디지털은 기술적으로 우리의 삶을 진보시킬 것이다. 그러나 사색과 사랑과 봉사라는 인간의 휴머니즘적 DNA를 품고 있을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느 통신업체의 슬로건처럼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한마디로 당신의 스마트폰은 인간 세상의 감동적인 전달자가 돼야 한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가야 하듯이.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