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인류의 스승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득도입니다. 이에 스승들의 득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석가모니는 보리수 아래에서 대각(大覺)·정각(正覺)을 이루었고, 공자는 나이 50에 지천명(知天命), 예수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마귀의 시험을 거쳐 득도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득도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습니다.

석가모니는 29세에 출가하여 유명한 스승들을 찾아 가르침을 받지만 궁극의 진리를 얻지 못하고 모진 고행에 들어갑니다. 6년 동안의 고행을 통해서도 진리를 얻지 못한 그는 고행을 중단하고 강물에 몸을 씻고 우유죽으로 원기를 회복한 뒤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최고의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인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 아뇩다라 삼먁삼보리)에 도달하게 됩니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49일 동안 득도의 희열을 누립니다. 이를 법열(法悅)이라 합니다. 법(法)이란 최고의 진리를 말하므로 법열(法悅)이란 최고의 진리를 획득했을 때의 지극한 기쁨을 말합니다. 6년 동안 그토록 갈망하던 진리를 얻었으니 그 기쁨이 얼마나 지극했겠습니까?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득도의 기쁨을 표현한 구절입니다. 득도에는 대각(大覺), 소각(小覺), 정각(正覺), 오각(誤覺)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논어의 첫 구절은 이러한 깨달음을 망라하는 표현입니다. 최고의 깨달음과 관련된 표현으로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를 들 수 있습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것이니 최고의 극상승 진리를 말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퇴계 이황은 학문의 완성을 일생일대환희사(一生一大歡喜事)라 했습니다. 학문의 목표는 천명(天命)을 궁구하는 것이니, 지천명(知天命)하는 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기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지천명의 정신적인 상태는 ‘치중화 천지위언 만물육언(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이라는 표현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中)과 화(和)에 도달하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찾고 만물을 자라나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를 깨닫기 전에는 천지만물이 뒤죽박죽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도를 깨닫고 나면 천지만물이 일정한 질서 안에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언제 득도하였을까요? 분명 ‘아테네 사람 중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하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 있기 전에 득도하였을 것입니다. 신탁은 소크라테스의 나이 35세에서 40세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득도 당시 소크라테스가 어떤 상태였는지에 관해서는 기록이 없습니다. 다만 소크라테스가 밤새 술을 마시고 토론을 해도 결코 피곤해하지 않았다는 기록이나 한 자리에서 며칠씩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기록 등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정신세계를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예수는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받은 후 공생애를 시작했습니다. 사탄의 시험을 통해 본인의 사명을 명확하게 인식하였다는 점에서 이때 득도(得道)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험 당시 예수의 상태에 대해 공관복음서들은 ‘마귀가 떠나가고 천사들이 수종들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귀가 떠나가고 천사들이 수종드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지극한 기쁨과 평온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최고 진리를 알게 된 득도의 상태에 대해서는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요한복음 8장 31절로 32절 말씀). 제자들이 ‘우리는 원래 자유인인데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말입니까’ 라고 묻자 예수는 ‘죄를 범하는 자마다 죄의 종’이라면서 진리를 깨닫게 되면 죄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된다고 대답합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죄는 원죄(原罪)를 말합니다. 원죄는 창조주 하나님이 금지한 선악과를 먹고 생겨난 것인데, 선악을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너와 나를 둘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예수가 말한 절대 자유는 선악을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승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신도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경지에 도달해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강정민(변호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