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청산을 해야 한다고 하고, 반대쪽에서는 그게 청산할 일이냐고 맞서고 있는 적폐의 뜻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조직, 사회, 국가 전반의 전방위적 개조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적폐 정중앙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지만 당시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과 비리의 축제를 즐겼던 ‘권력의 개’들도 청산이 시급하다는 게 문재인 정부 측 주장이다.
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그들의 충실한 ‘개’ 역할을 했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상당부분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왜 우리가 적폐냐”는 것이다. 그들은 “청산하려는 것도 적폐이자, 탄압이 아니냐”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적폐청산의 화룡정점은 국정감사에서 볼 수 있다. 여당은 야당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적폐라고 규정짓고, 그간 여당일 때 야당이 해온 부정과 비리 등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대치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보니 민생 현안을 다루고 감시하는 국정감사가 적폐와 정치보복 공방으로까지 치달아 보기에 좋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폐는 어떤 식으로든 청산해야 할 과제다. 사회 곳곳에 부정과 비리, 청탁과 무마 등 적폐는 도사리고 있다. 아주 작은 일에서도 적폐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적폐야말로 사회를 비정상적으로 물들게 하는 단초가 된다. 뿌리 뽑아 근절하지 않으면 독버섯처럼 퍼지기 일쑤다.
최근 글로벌이코노믹은 국제약품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전화로 대뜸 “기사를 삭제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 단락에 딱 한 줄 들어간 오너 소개 글도 빼줬으면 한다고 마치 무언가를 맡겨 놓은 것처럼 요청해왔다. 특히 전화를 한 본인이 현재 제약협회 홍보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겁박처럼 들렸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