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업계를 강타한 라이언항공 조종사 파업이 처우 불만에 따른 이적과 라이벌 항공사와의 경쟁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라이언항공을 이용한 승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1270만명을 기록했다. 라이벌인 영국의 저가항공사 이지젯(EasyJet)은 동월 823만명으로 9.4%의 증가율을 보였다. 라이언항공은 승객 유치도 순조로운데 왜 2000편이나 취소하게 되었을까.
라이언항공 마이클 올리어리 사장은 "비행편 취소는 파일럿에 대한 휴가 계획을 회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데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난 19일 엘 파이스(El Pais)와의 인터뷰에서 해명했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항공 서비스 경영과 4050명의 조종사를 안고 있는 라이언항공이 조종사의 휴가 계획성이 부족했다는 올리어리 사장의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라이벌 노르웨지안항공이 올해 라이언항공에서 이미 140명의 조종사를 빼갔던 것이 이번 불상사에 의해 드러났다. 9월 19일자 '엘 문도(El Mundo)'는 라이언항공에서 연내에 적어도 190명의 조종사가 노르웨지안항공으로 이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노르웨지안항공은 라이언항공의 본거지인 더블린에도 베이스 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며, 40명의 추가 고용도 거론되고 있다. 라이언항공 측은 이번 취소 사태에 대해 조종사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다른 가능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항공기 1대를 10명의 조종사가 담당한다. 라이언항공은 현재 보잉 737만 400대 이상 갖추고 있으며, 조종사의 비행 근무는 한 달에 100시간 혹은 연간 900시간 정도다. 조종사의 비행시간 상한이 월 90~100시간, 연간 1000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라이언항공의 조종사는 거의 상한에 가까운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2000편이 취소되면 티켓 구매 고객 40만명에게 영향을 준다. 스페인 소비자보호단체(Facua)는 티켓 구매자는 항공편에 따라 다르지만 250~600유로(34만~81만원) 상당의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조종사 파업으로 라이언항공은 최대 약 2000만유로(약 271억원)의 배상금을 부담해야 할 형편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