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E형 간염 소시지’ 혼란만 부추긴 롯데마트의 선견지명

기사입력 : 2017-08-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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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자라’는 몸길이가 약 30㎝로 거북과 비슷하게 생겼다. 육식동물이라서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 낼 수 있을 만큼 이빨이 아주 강하다. 또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무서운 동물이다. ‘솥뚜껑’은 색깔이 시커멓고 주름져 있어서 얼핏 보면 푸르죽죽한 회색빛을 띠는 자라의 등딱지와 같다. 위 속담은 자라에게 물린 사람이 너무 아픈 나머지, 자라의 등딱지와 비슷하게 생긴 솥뚜껑만 봐도 깜짝 놀라게 된다는 뜻이다.

릴리안 부작용 생리대, 살충제 달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생활용품과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도대체 뭘 쓰고, 뭘 먹어야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영국 테스코에서 ‘E형 간염 소시지’가 유통됐다. 문제의 소시지 원료는 네덜란드와 독일산이다.

E형 간염의 증상은 메스꺼움과 식욕 부진, 피곤함, 복통 및 발열, 황달현상 등이다. 다른 간염보다 증상은 약하지만, 그래도 간과했다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 유통사들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바로 오늘(25일) 롯데마트는 긴급히 문제의 원료로 제조된 대상 청정원의 참나무로 훈연한 베이컨(원료 독일산)과 참나무로 훈연한 슬라이스햄(네덜란드산)을 판매 중지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아직 판매중지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롯데마트의 판매 중지에 황당할 뿐이다. 제조사인 대상 청정원도 황당함은 마찬가지다.

이유는 이렇다. 대상 청정원의 참나무로 훈연한 슬라이스햄의 경우 지난 4월까지만 네델란드산을 사용해 유통기한이 완료된 제품이라 현재 시중에는 미국산 원료를 쓴 햄이 공급되고 있다.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에 황당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진짜 이유는 또 있다. 영국 테스코에서 가공된 유가공 제품이 문제가 아니라 피, 간, 창자 등 돼지고기의 부산물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 육가공업체들은 이런 부산물을 육가공품에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 대상청정원이나 CJ제일제당 등 육가공 제조업체들의 제품은 E형 간염이 발생할 수 없는 8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열처리하는 제품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제품을 판매 중지한 롯데마트의 호들갑에 소비자들의 혼란만 더 가중되는 꼴이다.

정말 ‘E형 간염’에 문제가 되는 것은 생햄(수입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생햄 자체가 유통되지 않는다. 유통되지도 않은 생햄에 놀라 문제가 되지 않는 육가공품에 불똥이 튄 형국이다.

롯데마트의 이 같은 헛발질은 언론이 만들어냈다. 눈만 뜨면 이슈 생산에 혈안이 돼 있는 언론들이 ‘E형 간염 소시지’의 이슈를 타고 본질을 비켜간 보도를 쏟아 내고 있다. 만약 롯데마트에서 ‘E형 간염’이 의심되는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판다고 해보자. 일부 언론에서는 분명 "롯데마트, ‘E형 간염 소시지’ 버젓이 판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낼 게 분명하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는 고육지책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육가공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제조사들은 억울해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멀쩡한 베이컨과 햄은 이제 먹지도 못할 불량 제품으로 누명만 쓴 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하는 요즘, 논란이 거짓 논란을 만들고 또 다른 논란을 피하기 위해 관련 업체는 혼란을 부추긴다. 거꾸로 가는 세상이다. 그 중심엔 언론이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언론인이지만, 정말 부끄럽다.


조규봉 기자 ckb@g-enews.com 조규봉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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