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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박상진 “삼성 승마지원, 부당했다면 바로 사직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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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박상진 “삼성 승마지원, 부당했다면 바로 사직했을 것”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강남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호승 기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강남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호승 기자

“삼성의 승마지원이 부당했다면 바로 사직했을 것이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의 말이다. 그는 1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49차 공판에서 진행 중인 피고인 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사장은 지난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피고인 신분이 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 자격으로 승마계 전체를 지원하려 했지만 최순실의 방해로 정유라 1인 지원으로 변질됐다는 것.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이 승마지원을 소홀히 한다며 야단을 맞았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올림픽 지원과 승마협회 임원교체 등을 언급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장충기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연락해 상황을 파악했다”며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상의해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충기 전 사장은 안 전 수석과의 통화한 내용을 박상진 전 사장에게 전했다. 박 전 사장은 김종찬 전 전무가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라 판단했고, 그와 친분이 있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승마지원과 관련된 자문을 구했다.

박원오 전 전무는 삼성 승마지원 의혹의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최순실과 삼성 사이를 오가며 승마지원 협상을 이어간 주요인물이다. 국내외 승마계에 인맥이 넓어 정유라를 예전부터 챙기며 최순실과 돈독한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진 전 사장은 2015년 7월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박원오 전 전무를 만났다. 박 전 사장에 따르면 박 전 전무는 “최순실이 삼성 측에서 찾아올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왜 이제야 왔는가”라며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친분관계, 정유라의 현재 상황 등을 설명했다.

박 전 전무의 말을 듣고 박상진 전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황성수 전 전무를 독일에 소환했다. 황 전 전무는 정유라의 승마훈련 등을 지켜봤다.

박상진 전 사장은 “박원오 전 전무의 말을 들으니 최순실이 모략해 이재용 부회장을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 받게 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박 전 전무는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언급하며 정유라 지원을 요청했다”고 언급했다.

박 전 사장은 박원오 전 전무와 만난 이후 급히 귀국해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고했고, 장 전 사장은 최지성 전 부회장에게 전달했다. 최 전 부회장은 최순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정유라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승마협회 차원에서 움직이겠다고 결정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6명의 선수를 선발하려 했다. 이중 1명을 정유라로 선발해 지원하려 했던 것. 박 전 사장은 정유라 외에 다른 선수를 지원하려 한 것은 ‘들러리’ 취지가 아닌 승마계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은 2015년 11월 정유라와 박재홍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고 4명을 추가로 뽑으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최순실의 변덕으로 선수선발이 지연됐다.

최순실의 변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최순실은 지난해 박상진 전 사장을 만나 승마지원 대상 선발을 4·13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같은해 4월 28일 최순실은 정유라를 독일에서 귀국시켜 이화여대에 다니게 하려 했다.

박 전 사장은 “20여일이 지난 5월 19일, 최순실은 정유라를 다시 독일에서 훈련시키겠다고 말했다”며 “이로 인해 삼성은 정유라 단독지원이라는 모양새로 76억4000만원을 썼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피고인 신문은 박상진 전 사장에 이어 장충기 전 사장, 최지성 전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들의 신문시간으로 7시간을 제시했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까지 합하면 14시간이다.

오는 2일 재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건강 상의 사유로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2~3일께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부의 결심기일이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