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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간담회 이후 물꼬 터졌다…'비정규직 제로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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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간담회 이후 물꼬 터졌다…'비정규직 제로 시대' 도래

두산 450명, CJ 3,008명, 한화 850명 등 재계 잇따라 정규직 전환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개최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참석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큰 물줄기가 보인다.

재계가 지난달 27·28일 청와대에서 두 차례 열린 대통령과의 간담회 직후 '사람 중심 경제'라는 새 정부 경제철학에 부응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은 문재인 대통령과 첫 간담회 직후 일자리 창출, 정규직 전환, 협력업체 상생방안 등과 관련해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 첫 간담회 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속도


대통령과의 첫 간담회를 앞두고 정부의 새 경제정책 기조에 가장 먼저 부응한 곳은 두산이다.

지난달 24일 두산그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면서 다른 기업에 정규직 전환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이날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과 외부 파견업체에서 파견된 파견직 근로자 4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계약직의 경우 준비되는 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무 지원 종사자를 포함한 파견직은 개별 계약 만료일 별로 신규 채용 형식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할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발맞춰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도 월1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해 임금 격차를 줄이기로 했다.

두산의 정규직 전환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CJ다. CJ는 지난달 26일 파견직 3008명을 직접 고용하고, 무기 계약직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CJ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발맞춰 파견직을 고용해 호칭을 ‘서비스 전문직’으로 바꾸고 의료비 혜택 등을 정규직에 준해 제공키로 했다.

한화의 경우 지난달 27일 금춘수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직접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금춘수 부회장은 이날 “태양광 진천·음성 클러스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상시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후 구체적인 추진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청와대 간담회를 마치고 긴급 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경영진에게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2·3차 협력사 상생 방안에 대해 "일자리와 상생 협력 등을 눈앞의 비용으로 인식하지 말고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해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통업계도 정규직 전환 대책을 내놓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인력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앞으로 3년 동안 롯데의 정규직화 전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 5월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 2주년 기념식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기존 스타벅스와 이마트 등에서 시행 중이던 경력 단절 여성 일자리 제도를 이어가는 한편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와 편의점 위드미 가맹점주를 위한 지원 방안을 지속해서 강화할 방침이다.

◇ 일자리 창출 및 동반성장으로 새 정부 경제정책 부응


정규직 전환 대신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에 주력하는 주요 그룹도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비정규직 전환보다 하반기 채용을 확대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방침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앞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하반기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2·3차 협력업체와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금 공유제 등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며 “사회적기업 200개 지원을 통해 고용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제시했다.

또한 GS그룹은 자회사인 GS리테일이 GS25 가맹점주에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9000억원을 지원하는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LG그룹도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대해 일자리 창출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간담회 이후 국내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 전환 이슈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동참을 약속하는 분위기"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경기 회복세를 보인다면 중공업 등 타 기업들도 동참해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말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