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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김상조 통해 밝혀진 삼성의 집단경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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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김상조 통해 밝혀진 삼성의 집단경영체제

재판부 “김상조 증언, 큰 틀에서 영향력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유호승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삼성은 매일 아침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김종중 사장 등 4명이 모여 중요사안을 결정했다.”

‘삼성 저격수’로 통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9차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삼성의 의사결정과정이 이건희 회장이 경영할 당시와 현재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이 건재할 당시에는 이학수 부회장이 보고하고 이 회장이 승인해 각 계열사에 전달하는 형태가 과거 삼성의 경영체제”라며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에는 이재용 부회장 등 4명이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4명의 이견이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선 절반 정도를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정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증인신청으로 재판에 참석해 진술했다. 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미래전략실의 역할 등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은 다른 대기업집단과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해 ‘삼성 저격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삼성이 과거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인해 현재 답보된 상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에 훈수도 뒀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최종 지주회사의 지분율 30% 보유를 포기하고 20% 이하로 낮추는 것이 좋다는 조언. 지분율을 낮춰 지배력이 약화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경영실적에 맞춰진다는 분석이다.

특검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였다”며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이같은 작업들이 진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김상조 위원장의 증언이 특검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증거가치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김 위원장의 진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닌 추측과 단정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과거 본인이 주장해왔던 내용을 뒤집어 특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앞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강력하게 권고해 왔다. 하지만 삼성에 한해선 경영권 승계작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유일하게 경험한 것은 김종중 사장과의 대화뿐이다. 대부분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며 “김 사장이 친분으로 김 위원장과 대화한 내용이 사건 진술에 맞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의미에 대해 포괄적이고 막연하게 얘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진행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을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것은 그릇된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도 삼성 측 변호인단의 의견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김 위원장의 경험과 지식에 의한 판단이 본 재판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며 “큰 틀에서 영향력을 없다”고 언급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