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재용 재판] 정유라 입에서 밝혀진 말 실소유주

공유
1

[이재용 재판] 정유라 입에서 밝혀진 말 실소유주

“삼성 말 빌려 탄 것”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개인적으로 말을 구입하기는 어렵다. 삼성이 소유한 말을 빌려 탔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말이다. 그는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8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그간 말의 소유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특검은 삼성이 승마지원과 관련해 최순실 측에 말을 지원하는 동시에 소유권까지 넘겼다고 주장했다. 말의 소유권을 최씨 측에 넘겼다면, 이는 ‘지원’이 아닌 ‘뇌물’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날 정유라의 증언을 통해 실소유주 논란은 종결됐다. 정유라는 “삼성이 승마지원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말을 구입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삼성이 말의 소유권을 가지고 선수에게 사용하도록 빌려준 것이다. 최순실도 삼성에 빌린 말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이 정유라에 지원한 말은 ▲비타나V ▲살시도 ▲라우싱 ▲블라디미르 ▲스타샤 등이다. 정유라에 따르면 승마선수는 통상 2마리의 말을 대회와 훈련 등에 사용한다. 그랑프리급 1마리와 그렇지 않은 말 1마리다.

삼성이 정유라에 첫 지원했던 말은 비타나V와 살시도(살바토르)다. 살시도의 경우 삼성 측의 요청으로 마명(馬名)이 교체된 바 있다. 이후 비타나V가 다리 부상 등으로 대회에 참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말이 교체됐다.

정유라는 “지난해 1월 최순실이 삼성이 비타나V를 구입해 지원하니 타라는 얘기를 했다. 이때 삼성이 지원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지원내용은 장애물 선수 3명, 마장마술 3명이었다. 나도 그중 1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른 선수들이 독일에 오지 않아 최순실에 물으니 가만히 있으라며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정유라의 이 증언은 삼성 측의 ‘승마계 전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순실의 방해로 목적성이 변질됐다’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 의혹과 관련된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1차 공판에서 “삼성은 정유라 외에도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필과 훈련 등을 지원하려 했다”며 “하지만 삼성이 다른 선수를 뽑으려 하자 최순실이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정유라는 2015년 중순 승마선수에서 은퇴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아이 출산 역시 은퇴수순을 밟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 그러나 최순실이 승마를 계속해야 한다고 종용해 독일에서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