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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 우린 몰라”… 美·日기업 1분기 깜짝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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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 우린 몰라”… 美·日기업 1분기 깜짝 실적

중국 1분기 GDP 6.9% 성장, 유로존 경제 회복 움직임 활발
한국, 내·외수 디커플링 국면 이어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기업은 올 1분기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수출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내수 경기는 불황인 내·외수 디커플링 국면이 이어져 불안한 모습이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기업은 올 1분기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수출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내수 경기는 불황인 내·외수 디커플링 국면이 이어져 불안한 모습이다 /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올 들어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 불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지정학정 리스크로 인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일본 기업의 1분기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국 기업들은 6년 만에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올 1분기 전체 매출액은 2.7% 줄었지만 순익은 18.3% 증가해 수입은 줄고 영업이익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경우 1분기 평균 환율이 달러당 120엔대에서 108엔대로 떨어지며 엔화 강세·달러 약세 기조를 보였지만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며 매출액·순이익 모두 4.3%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 미국, 6년 만에 최대 순익 증가율 기록
톰슨 로이터는 S&P500 대기업의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하며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순익이 같은 기간 13.6% 증가하며 2011년 3분기(18.0% 증가) 이후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했다. 특히 업종별 증가율을 보면 에너지가 7.5배로 눈에 띄게 높았다.

S&P500 대기업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가 늘었다. 이는 2011년 4분기 이후 최대 성장률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발 금융위기 후 기업들이 수익 개선을 위해 비용절감을 단행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S&P500 대기업 중 64%가 애널리스트들의 기대보다 더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불확실성과 6월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약세를 보이는 경제지표 등 주가 향방을 좌우할 재료가 산재한 것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미국 주식시장에서 빠진 투자금이 유럽 시장으로 유입되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 주간 61억달러(약 6조8582억원)가 유럽 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유럽증시로 흐르는 자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WSJ은 “최근 미국 기업의 실적 호조는 예외적인 것”이라며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 등 몇 가지 경제지표가 약세를 보이면 주가는 한 순간에 휘청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일본, 엔화 강세 속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일본 역시 1332개 상장기업의 수익 개선이 진행되며 62% 기업의 순익이 증가하고 20%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호실적을 기록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7.75엔에 올해 첫 거래를 시작한 엔화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20일 114.62엔까지 떨어졌다. 1분기 마지막 날인 3월 31일에는 11.39엔까지 급락하며 3개월 간 5.40% 하락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며 매출액·순이익 모두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년 1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보이며 전체 매출액은 4.1% 증가, 순이익은 9.3% 증가하는 등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기업 실적·수급 관계·거시 경제 등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았다”며 “미국의 정치 리스트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 불안 요건은 남지만 닛케이지수 2만 달성은 종착역이 아닌 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달러당 105엔대를 보일 경우 내년 1분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11.6%까지 늘고 닛케이지수 역시 2만800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만약 환율이 110엔대를 보인다면 1996년 6월의 버블 붕괴 후 기록한 최고치(2만2666)를 약 20년 만에 갈아치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 실적과 민감한 관계를 갖고 있는 환율 동향에 대해서는 50%의 기업이 달러당 110엔선을 내다봤으며 22%의 기업은 105엔대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화가치 하락, 달러 상승 기대감을 감안하면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강조했다.

◇ 한국 경제만 여전히 ‘불안’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 경제 하에서도 전 세계 기업들은 활기를 찾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 역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투자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부문 투자는 물론 설비투자 증가율도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특히 인프라 투자 확대와 부동산이 성장을 뒷받침하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했다. 2분기 연속 성장률 확대는 2009년 2~3분기 이후 처음이다.

유로존 역시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실업률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회복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스·이탈리아의 부채 문제나 영국·프랑스·독일 등의 선거 불확실성 등 정치·경제 리스크가 유로존 경기 회 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유럽을 달구었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바람이 사그라들어 큰 위험성은 사라졌다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 경기에 비해 내수 경기는 불황인 내·외수 디커플링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국내 수출 경기의 개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주요국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출은 고용보다 설비가 중심인 반도체·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어 수출 회복으로 인한 고용 증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 및 트럼프 정책 추진상황에 따른 대책 마련 △중국 내수시장 공략 및 중장기 투자개발 프로젝트 계획적 참여 △회복 속도가 높은 유로존 국가 중심 전략 정비 및 정치 리스크 후폭풍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