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자리를 안배한다는 것에 대하여

당신이 내일 아침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 세계 최대규모의 공장을 짓는다는 기사와 내 집 앞에 아이스방이 두 개나 딸린 찜질방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하자. 어느 것에 더 관심이 가는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사람은 큰 뉴스에도 관심이 가지만 나와 더 관련 있는 정보를 중시하고 잘 기억한다. 자기 관여의 정도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정보 선택에 있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인구 감축과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대학의 체질 개선 노력이 눈물겹다.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위해 기업과의 연계를 주관하는 산학 협력도 그 일환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대학의 이론은 곧바로 기업의 실전 속에서 가능성을 검증하고 발전성을 확보해야 된다. 올해 교육부 최대의 재정지원사업인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이 각 대학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증한다. 최악의 불황과 실업에 허덕이는 지금,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으랴. 실사구시의 정책이 대학의 주요 흐름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실용적인 관점이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5월 9일 대선 당일 발표된 JTBC의 설문 결과를 보자.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흙수저, 금수저 경제양극화 해소, 30.4%, 다포세대 청년일자리 창출, 27.1% 인구절벽위기 저출산 극복, 6.1%로 70% 이상의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꼽고 있다. 반대로 북핵이나 사드 등 외교 난제 해결, 23.5%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국민대통합문제는 12.7%로 나타났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야 통일이고 통합이고 생각할 겨를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정부에게 주문할 큰 원칙은 어떤 것일까?

실용의 시대, 5년의 국정을 책임 질 문재인 정부의 조각이 한창이다. 일은 사람이 한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다. 그런데 지역적 안배를 고려했다는 말이 들린다. 안배는 소위 적절하게 나눈다는 뜻이다. 물론 갈등을 끝내기 위해, 대통합을 위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만하자. 처음이고 약속했다니 한번은 좋다. 중요 국정의 관리자를 안배 차원으로 결정하는 행태는 늘상 관행이었다. 실용의 시대, 인사의 기본은 전문성이다. 특화된 전문성은 실용의 가치에도 적극 부합한다. 도덕적 품성은 기본이지만 결국 일 잘하는 사람에게 그 일을 맡겨야 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오히려 단순화 해야 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그런 눈으로 앞으로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김시래 가톨릭관동대교수(정보경영학박사,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