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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권오준 vs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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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권오준 vs 오인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온갖 구설수에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또한 권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오인환 체제’에서의 차별화 된 카드는 무엇일까?

권 회장은 1기 체제에서 '본업 강화'라는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웠다. 본업 강화의 골격인 솔루션마케팅은 임기 3년을 거치면서 포스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권 회장은 직접 나서 고객사인 르노삼성·쌍용차가 만든 차를 직접 시승하는 쇼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포스코 이익률을 10% 이상 끌어올리면서 불황이라는 말을 민망하게 했다. 이를 비롯한 유사한 마케팅 성공 사례는 지난 3년 동안 포스코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도배가 됐다.

이는 권 회장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철강업 미래가 불투명했고 구조조정의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여서 더 그랬다. 이미 드러난 포스코의 성적표는 사실상 권 회장 경영전략의 성공을 그대로 증명한다. 권 회장의 연임은 포스코의 지난 성적표가 기본이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권 회장의 연임은 PI(President Identity)의 핵심 전략인 최고경영자 이미지 만들기가 성공한 덕분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기적으로 뉴 페이스보다 안정적인 인물이 필요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연임 성공의 카드는 성적표 이면에 있는 이 같은 배경이 깔린 것이다. 실제 솔루션마케팅, 월드 프리미엄제품 확대 등은 권 회장 단독 작품이 아닌 이전부터 실행되고 자리잡은 포스코의 핵심 경영활동이다. 지난해 최고 수익성을 거둔 것도 글로벌 철강 가격이 급등한 덕이 가장 크다.

오인환 사장은 권 회장으로부터 철강사업총괄 자리를 건네받았다. 어쩌면 앞선 CEO들과 비교할 때 큰 부담을 안았다. 과하게 말하면 권 회장 체제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앞으로 철강사업에서 10% 이상의 15%, 20%의 이익률을 낼 수 있을까.
포스코 오인환 철강부문장은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이미지 확대보기
포스코 오인환 철강부문장은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포스코 홍보라인은 '오인환 체제' 전환과 함께 CEO 직속으로 편입됐다. 이 사실만으로도 권 회장 이후의 새로운 PI 전략이 얼마나 필요한 지 가늠할 수 있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포스코에게는 고객사와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고 본다.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이 아닌 포스코에서 소재를 받는 철강 고객사 얘기다. 글로벌 강자이자 한국의 경쟁자인 일본이 재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거대 공룡 철강사를 만들고 이들을 신예화 설비로 무장하고 있다. 인도의 확장은 중국에 못지 않는다. 철강산업 자체도 어려움이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포스코에게는 그동안의 갑을 관계가 아닌 진정한 아군이 필요하다. 아군을 많아질수록 미래 수요는 더 탄탄해질 것이다. 또 ‘Made in POSCO'의 소재로 만든 제품은 글로벌에 더 많이 팔려 여러모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동국제강, 동부제철, 세아제강 등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간 수백만 톤의 열연 소재를 사들이고 있다. 올해와 같이 포스코 열연 가격이 한중일 최고 수준일 경우엔 더 늘려야 한다. 게다가 동국산업 세아베스틸 등 포스코 소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업체는 물론 휴스틸을 비롯한 중소 강관사들은 향후 해외 구매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있다.

지난달 철강 가격 급락으로 중소 고객사가 열연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포스코 실무선에서 검토를 했지만 결국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가격 인하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 사장 체제에서 포스코 실적이 저하됐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한 분위기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혼자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오 사장은 우호세력 결집에 공을 들인다면 어떨까. 포스코 거래처들은 4차 혁명시대에 진입한 현재까지도 포스코를 ‘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구시대에 살고 있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