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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으로 빚은 물동이 여인의 강렬한 인상…박주경, 도시인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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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으로 빚은 물동이 여인의 강렬한 인상…박주경, 도시인의 욕망

전국화랑협회와 코엑스가 공동 주최하는 제35회 화랑미술제(The 35th Korea Galleries Art Fair 2017)가 최근 코엑스 C홀에서 열렸다. 1979년 시작된 이 미술제는 94개 한국화랑협회의 정회원 화랑 대표작가의 대표작품(회화, 조각, 판화, 사진 등)들을 전시하였다. 미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작품 중 서양화가 박주경이 전시한 작품의 인상을 피력해 본다.

박주경 창작의 근간(根幹)은 도시인의 욕망이다. 그녀가 천착한 주제는 도시인으로 살아가며 욕망에 매몰된 자신에 대한 탐구다. 욕망의 실체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의 모호성이 항존(恒存하)지만 ‘내면에 꿈틀되는 정직한 욕망’과 직면할 때의 당혹감이 직물을 이용한 시티즌 연작에 널 부러지게 퍼져있다. 경쾌하고 발랄함 리듬 속에 왠지 모를 슬픔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물질적 풍요 속의 정신적 빈곤은 현대인들의 경박성을 드러낸다. 무한 욕망충족은 자극적 중독성을 드러내고 허기와 상실을 반복한다. 영양가 없는 의무적 인간관계가 도시의 울타리를 형성하고 고운 포장지처럼 미화되어 있다. 작가는 작품에서 인물의 구체적 정보인 얼굴의 형상을 지워 특정화하지 않음으로써 소통과 공감을 담는 감정이입을 몸의 주체로 전환시킨다.

작가의 얼굴 형상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익명의 몸짓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의 꼭짓점을 좀 더 가깝게 보여준다. 성취로 화려한 치장과 바쁜 일상의 발걸음들로 가득한 도심의 거리가 현대인이 살아가는 삶의 무대이다. 속으로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바둥되지만 겉으로는 좀 더 풍요롭고 넉넉해 보이기 위해 겉치레해야 안도하는 모습이 바로 도회인들의 초상이다.

작가는 낮선 프레임으로 자신에게 내재된 욕망과 경건한 제의를 상충시키면서 독창적 공간의 조형을 창출한다. 오브제를 활용한 화려하고 다양한 유형의 직물을 회화에 도입, 감각적이고 조형적 다중 인물들로 관객과의 소통을 꽤한다. 뜻밖의 경쾌하고 화사해 보이는 작품들은 고단한 도시의 낮선 나들이객들이 던지는 인사말처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녀는 봄나들이를 떠난다. 칙칙함과 거추장스러움을 걷어내고 한껏 멋을 낸 젊은이들은 싱그러운 초록 들판을 연상시킨다. 늘 이세상이 밝아지기를 바라며 아침을 기다리는 소녀 같은 발상이다. 박주경의 그림은 짙은 어두움과 깊은 슬픔을 묘사해내면서도 빛깔과 움직임은 생동감으로 가득 차있다. 그녀는 다하지 못한 열정을 먼 나라로 옮기면서 사랑으로 닳은 여인들의 원시성을 추구한다. 나른하고 피곤한 현실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한다. 물동이 여인은 고단한 삶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한 강인한 모성과 이를 극기하는 여인들의 멋을 이야기 한다.

박주경은 초기작의 관습적 수행을 스키마로 축적시키고, 일상에서 관찰한 서민적 도시인들의 다양한 무늬에 어울리는 공간 분할의 콜라주 기법으로 도시에 마법적 생동감과 원색의 화려함을 불어 넣는다. 불특정 공간의 익명의 도시인들의 여가(餘暇)는 실루엣을 통해 포착되고 간지럽히듯 움직이는 듯한 왜곡을 불러온다. 그녀의 그림들의 최근 경향은 야수파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나이프를 이용한 인물 묘사로 화사(畵師)의 면모를 보여준다.

오부제로 패브릭, 가죽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콜라주한 작품들은 각기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단 하나의 열망을 목표로 열광할 때 모두가 하나가 되고 폭발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삶에서 힘들고 외로울 때 이 사람들에게서 모든 사람들이 응원 받고 힘내길 기원하면서 도시인들이 늘 건강하고 활발하게 자신들의 꿈이 영글도록 작가는 기원한다. 작가의 염원이 담긴 화첩의 비밀의 문을 연다.

Citizen 연작- 도시의 환영, 91×116.8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Citizen 연작- 도시의 환영, 91×116.8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
박주경의 전시의 핵심을 보여주는 ‘도시의 환영’이다. 경계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스푸마토 기법을 면이 아닌 선으로 분절시킨다. 깊이, 볼륨, 형상은 색채의 변이가 감지되지 않을 정도의 기교가 따른다.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하는 착시 기법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다중적 속내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며 전투적 도시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소시민들의 숙명적 삶은 불안한 내면을 필요충분조건으로 감수해야 한다.

현대의 도시의 소시민들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수많은 경우의 수에 휘둘리면서 적응하고 변신하며 도시인의 경계에서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존재의 이유’를 하나씩 부여잡고 생존해온 나약한 존재들이다. 심약한 마음근력처럼 가여리게 보여 져도 냉소적이고 살벌한 도시에서 낙오되지 않고 유유히 시간을 여행하는 도시인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착상시켜 행복한 도시인들의 환영처럼 보이게 한다. 어깨가 닳고, 허리가 휘는 고통은 가려져 있다.

여명을 기다리며, 32×41cm, oil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여명을 기다리며, 32×41cm, oil on canvas
2017년 정유년은 붉은 닭띠 해이다. 어둠속에서 여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밤에도 눈을 감을 수 없는 부릅뜬 눈동자. 검붉은 열정은 투지에 빛나고 인류와 같이해온 긴 역사 동안, 인류를 위해 기여해온 동물, 우리는 그들에게 희생만 강요했지만 그들은 첫 새벽, 여명을 알리기 위해 잠들지 못한다. "꼬~끼오~~", 인류의 하루는 그 소리로 시작했다. 찬연한 존재감을 싣고 열 두해를 돌아 오랜 기다림 끝에 한 해의 막중한 책무를 안고 어둠을 뚫고 홀연히 우뚝 서 있다. 알아주지 않아도 바쁜 일정을 챙기는 든든한 주변이 있어 우리의 삶은 따뜻하다.


여명을 기다리며, 33.4×24.2cm, oil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여명을 기다리며, 33.4×24.2cm, oil on canvas
절편(切片)으로 나눠진 분열, 극심한 혼란이 난무했던 청양의 해가 지나갔다. 아직 여명이 트기 전, 서둘러 칠흙 같은 밤길에 마중을 나간다. 불의와 암투, 차별로 가득한 이 세상에 첫 소리의 외침으로 눈먼 자들의 바보짓들이 종식되기를 깨우치면서, 이 땅이 다시 상서로움으로 가득차기를 소망하며, 붉은 벼슬을 머리에 이고 보무당당한 발걸음으로 나선다. 자유의 몸짓인 들판의 닭은 탐욕으로 일그러진 인간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기운 넘치는 여명의 닭이다.

봄 처녀, 72.7×91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봄 처녀, 72.7×91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
배경으로 깔린 아몬드 꽃의 분홍색, 홍매화가 붉은 열정의 봄을 휘감는다. 현대적 질감의 한복들이 정지하지 못한 채 각자의 방향을 잡는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봄 처녀의 모습은 봄나들이의 주체이다. 청량감을 불러오는 하늘이 대지에 들어차고 하늘의 기운을 받는다. 갇혀있는 자들을 위한 헌화(獻畵)이다. 작가의 브랜드적 특성인 불특정 장소의 익명의 인물들이 직물의 붙임으로 생동감과 움직임의 에너지를 얻는다. 밤 세워 고민한 작가의 흔적이 묻어나는 봄은 먼 산 자운사의 언 눈을 녹이고 다가오던 청노루의 사연만큼 봄기운이 완연하다. 찬란한 유혹을 곁들인 봄의 향연은 외출을 촉발하고 충동이 일어나는 봄이다. 건드리면 터지는 봄이다.

물동이 여인, 78×55cm, oil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물동이 여인, 78×55cm, oil on canvas
물동이 여인의 연작이다. 우리나라에도 물을 길어 나르던 일이 여인의 몫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인도나 아프리카의 오지로 방향을 틀 면 여인의 삶은 물동이 여인의 삶으로 바뀐다. 무도회에 가듯 금빛 머리띠나 수건, 머리를 땋고, 목에 고리를 걸고, 팔찌, 허리띠를 한다. 두드러진 몸매, S 라인이 유혹을 감춘 여인의 욕망을 대신한다. 그린, 핑크, 화이트를 바탕에 깔고 거침없이 칼질을 해서 탄생시킨 그림은 여성, 여자, 여편도 아닌 매력의 여인이다. 여인이라면 살짝 틈새가 있는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아이가 없는 과년한 미혼의 여인은 더욱 매력적이다. 개방적 분위기를 살짝 건너면 남편은 목축이나 사냥터에 나가고 아이를 업거나 아이의 손을 잡고 걸리는 여인이 포착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물동이 여인, 31×42cm, oil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물동이 여인, 31×42cm, oil on canvas
여러 모양의 물동이는 자체로 문화적 가치를 지니며, 여인들의 물을 깃는 행위도 무형의 문화자산이다. 노래가 가미되고 율동이 따른다면 무형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 작은 물동이가 나이가 들면서 커지고, 혼자 가는 길에 동행이 생긴다. 좀 더 멀리 물을 길러 떠나는 여인들의 치장은 간소화 되고 생존을 위한 전투적 걸음걸이로 바뀐다. 지난 시절, 여인들에게 물동이는 거칠고 모진 생존의 동반자였다. 아직 어느 곳에선가 다양한 종족들의 물 깃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인들의 행로가 힘들게 보여도 가족들의 갈증을 채워줄 행복의 물이자 생명줄이기때문에 멈추지 않을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숭고해 보인다. 이제 물동이 추억을 넘어 도시의 여인들은 물동이 대신 예쁜 핸드백을 하나씩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고백, 32×41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고백, 32×41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
일상이 권태로 가득차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짧은 일탈은 재충전의 시간이다.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날들 속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일들도 가볍고 사소한 것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어느 날, 답답한 가슴 부여잡고 길을 나선다. 망설이던 외출이 시작되고 나의 열정과 숭고함을 담은 소박한 고백은 시작된다. 짧은 파장으로 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나는 살짝 가슴을 열어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부풀은 꽃을 바치고 싶은 마음이다. 여인의 마음은 한없이 푸른 바탕색의 정갈로 표현된다.

Citizen 연작- 해피데이, 60.6×72.7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Citizen 연작- 해피데이, 60.6×72.7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

불투명한 현대인들의 심리가 엿보이는 시각적 장면들의 연속성의 분절, 면에서 선으로 분할되고 재조합된 도시의 군상들이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분주한 모습으로 조정되고 배치된다. 작가의 공간 구상은 여러 작가들의 전례(前例)와는 다른 기법과 생동감을 준다. 작가의 최근 경향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 성형외과 전문의처럼 수많은 조각들을 잇고 맞추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그 시각적 혼란이 판타지를 창출하는 작가의 기교가 무르익은 작품이다.


작가가 접한 일상 속의 다양한 도시인들의 행복한 모습들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은 매일 다른 옷을 입고 똑 같은 일상의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간다고 설정한다. 소시민들은 그 속에서 소소한 애환을 겪으며 ‘오늘도 이 정도면 행복한거야’라고 자위하면서 이름 없는 기록 속의 인파속에 파묻혀 있는 듯 없는 듯 익명의 삶을 즐기며 살아간다.

Citizen 연작- 해피데이, 72.7×90.9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이미지 확대보기
Citizen 연작- 해피데이, 72.7×90.9cm, acrylic&fabric collage on canvas


도시인들의 실제 의상과 소지품을 이용하여 붙이고 붓으로 덧칠한 작품, 작가 박주경은 단색조의 배경 위로 인물의 전신 윤곽을 드로잉하고 일부 인물에 다채로운 무늬의 직물을 이용하여 표현해내는 콜라주 기법은 도시인들의 실제적인 모습을 캔버스의 분할된 면들의 인물들로 만들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생동감과 도시적 화려함을 부여한다.

박주경, 자연과 인물에 걸쳐 깊은 성찰과 조망을 하는 코리언 스코프(Korean Scope)의 서양화가이다. 그녀가 그림 여행을 떠나면 세상은 밝은 빛이 되고 꽃들은 춤을 춘다. 사실 그녀의 그림에 이끌린 작품은 늘 인류의 제물이 되어준 운기생동한 닭 보다 현실에서 피부로 와 닿는 물동이 여인이었다. 그녀의 작업이 늘 우리에게 일깨움과 희망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 박주경 학력

○학력
상명여대 졸업
러시아 레핀 미술대학 수료
프랑스 드로우 아트스쿨 수료

■ 박주경 경력

◎Marquis Who’s Who 세계인명사전 등재(‘17)
◎콩코르디아 ARTFABETIC 글로벌작가 인명사전 등재(‘16)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 선정 특별 예술가상 수상(‘14)
◎프랑스 테일러상 수상(프랑스 테일러 재단, 살롱데생전)(‘14)
◎국제앙드레말로협회 대상(프랑스 앙데팡당전)(‘13)
◎안중근 문화예술상(하얼빈 미술협회)(‘14)
◎뉴저지 Affordable Art show 초대작가
◎뉴욕아트엑스포 초대작가
◎신미술대전 심사위원, 한.중 청소년 미술제 심사위원
◎전국 대학생 미디어파사드 공모전 심사위원 등 역임
◎필라코리아 세계우표전시회 100인 특별초대전 부운영위원장((‘14)
◎전국 대학생 미디어파사드 공모전 부조직위원장
◎월간 전시가이드 “화가의 그림읽기” 칼럼 연재중(‘16)
◎현대백화점 아방가르드 아이스크림 콘지 콜라보레이션 시판 중
현. 대한민국공무원미술협의회 부회장, 대한민국회화제, 국제앙드레말로협회, 테일러재단 명예회원, ADAGP국제저작권협회

■ 작품소장

◎영월지원, 영동지원, 서부지원, 서울시청, 한국산업은행, 하나은행, ㈜유유산업, ㈜메트르, 프랭클린전자사전회사(미국), 명동 포스트타워, (주)오뚜기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