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반도체 부문 지분 20% 매각을 검토했던 도시바는 매각 규모를 50%에서 100%까지 늘리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전의 핵심은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와 어느 기업이 연합군을 결성해 인수금액을 마련하냐다.
도시바가 반도체 지분 전량 매각 의사를 밝힌 만큼 지분 인수 1차전 당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에서는 SK와 폭스콘이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반도체 제조사인 도시바 매각을 앞둔 일본의 입장은 다른 듯하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해외 기업 매각밖에는 해결 방안이 없다면 중국이 아닌 ‘미국’에 매각하고 싶다”는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한 현지 언론은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 말을 인용해 “폭스콘이 샤프를 집어삼킨 것은 어느 정도 허용되지만 도시바는 경우가 다르다”고 전했다.
일본 재계에서도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필요로 하는 IT 대기업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대상은 ‘애플’로 좁혀진다.
애플은 동업 타사가 아니므로 독점금지법에 저촉되지도 않는다.
일각에서는 “도시바는 언제 망해도 의외가 아닌 상황에 놓였지만 원자력을 비롯한 기간산업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가 ‘구제’의 손길을 뻗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는 것은 도시바가 ‘해체’되는 마지막 순간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일본 정부가 개입해 원자력 사업을 처분하는 때가 바로 19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도시바의 진짜 ‘장례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 출자 제안서 접수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