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육개장은 겨울에 속이 허함을 느낄 때도 종종 먹는다. 먹고 나면 속이 뜨끈해지고 든든해진다. 계절에 따라 한그릇에 담겨진 육개장은 이처럼 다양한 느낌을 선사한다.
1950년대 이후 육개장과 따로국밥이 나뉘어 발달했는데, 그 차이는 선지(소피)의 유무에 있다. 선지가 들어가면 따로국밥, 안 들어가면 육개장이다. 특히 따로국밥에 대파와 무는 살작 데쳐서 사용하고 육개장은 거의 처음부터 그대로 사용하기에 진한 맛이 특징이다.
육개장은 일반적으로 고기 덩어리째 푹 고아서 살코기의 결대로 찢고 고사리, 대파, 숙주, 토란 등의 야채와 나물을 듬뿍 넣은 다음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다. 반면에 대구지역의 육개장은 대파를 많이 넣고 끓여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구에는 개성있는 육개장 맛집이 몇군 데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바로 진골목식당이다. 얼마 전 모 방송프램그램에도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이곳 식당은 100년이 넘었다는 한옥에 자리잡고 있다.
육개장의 첫 느낌은 묵직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육개장에 들어가는 무, 토란대, 고사리가 보이지 않고 대파만 보이면서 강렬한 향을 풍긴다. 한숟가락 입에 넣어 보니 진한 국물의 육향이 목젓을 타고 내려간다.
고기 역시 오랜 시간 끓여서인지 건더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간간이 만나게 되는 작은 크기의 고기 건더기도 혀끝으로 사르륵 녹는 듯하다. 먹을수록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육개장이다.
오래된 한옥만큼 깊은 맛을 보여주는 듯하다. 오랫동안 이 맛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