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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눈코노믹] ‘밸런타인데이’ 여전히 속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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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눈코노믹] ‘밸런타인데이’ 여전히 속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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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유난히 기념일 많은 2월입니다. 졸업에 입학에 밸런타인데이까지 유통업계가 1월 설 명절 대목을 이어 2월 각종 ‘데이’ 마케팅으로 제품을 팔기에 혈안이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어원은 다름 아닌 발렌티누스의 축일(祝日)인 2월 14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해마다 성 발렌티누스 사제가 순교한 2월 14일에 사랑하는 사람끼리 선물이나 카드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이날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해도 좋다는 속설이 퍼져 오늘날에 이른 겁니다.
그래서 이날을 학수고대한 유통업계는 이 때 ‘못 팔면 끝장이다’라는 심정으로 대목 특수를 한 몫 단단히 잡으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몇 푼 안하는 초콜릿 같지만, 이런 유통업계의 꼼수로 인해 초콜릿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겉포장만 요란하고 정작 내용물은 빈약해서 일부 소비자들은 이런 유통업계의 행태를 비난하지요.

평소에 초콜릿 판매수요는 아주 미미합니다. 2월 달에 일년치 초콜릿을 거의 판매할 정도로 꼭 챙겨야하는 인기 기념일입니다. 초콜릿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평상시 묶음으로 싸게 판매되던 제품들도 낱개 포장으로 아주 귀하신 몸이 되지요.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입에서 반복적으로 ‘할인·세일’이라는 말만 되풀이 됩니다. 장사꾼들은 수요가 많은 제품을 절대 저렴하게 팔지 않습니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박리다매식의 판매는 오히려 손해지요. 원래는 저렴한 제품을 기념일이니 값비싸게 판매하면서 할인까지 해주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혹’ 할 수밖에 없지요. 기념일 장사가 쉬우면서도 돈이 벌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페레로로쉐 같은 수입산 초콜릿은 평상시 1만원 안팎이면 온라인몰을 통해 쉽게 구매가 가능하지만, 밸런타인데이만 되면 그 몸값은 3배 이상 크게 뜁니다. 수입해서 판매하는 업체는 기념일이라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홍보문구를 빠뜨리지 않지요. 알고 보면 포장값이 대부분입니다. 비싸도 그날은 특별한 날이니 안 살 수 없는 소비심리를 아주 교묘히 이용한 상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런타인데이는 속아도 좋으니 ‘이 날 만큼은 챙기자’라는 마케팅에 속아 속는 셈 치고 속아 넘어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초콜릿 하나로 사랑을 고백하고 초콜릿 하나로 그간 묵은 마음을 덜 수 있으니 달리 생각하면 수지맞는 날이기도 하지요.

너무 흔한 날이 돼 버려서 밸런타인데이라는 표현 자체가 한국식으로 발음되다보니, ‘발렌타인데이라고도 불리죠. 하지만 올바른 표현은 ’밸런타인데이‘가 정확합니다.

3월이면 밸런타인데이 후속으로 화이트데이가 또 한 번의 대목을 만듭니다. 화이트데이에는 밸런타인데이와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거나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더 큰 사랑을 키워 나가는 기념일입니다.
달달한 사랑의 속삭임 뒤에 상술과 꼼수가 판치는 기념일에 현혹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소비자들의 판단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봉기자가 감히 뭐라고, 속아도 좋다는데 굳이 상술이라고 꼬집겠습니까? 하지만 상술처럼 여겨졌다면, 과한 포장의 상품 말고 2000원짜리 초콜릿 하나의 정성만을 보여도 충분히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생각됩니다. 너무 꼰대(?) 같은 말만 했나요? 그렇지만 어떻게 하든 상술에 속지 말게 하기 위한 체면이니 그러려니 하시길.
조규봉 기자 c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