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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어떻게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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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어떻게 성공했을까

20년이 흘러도 점유율 1위…버거킹은 2년만에 연이어 폐점, 맥도날드도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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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편도욱 기자] 지난 1980년 베트남에 진출 20년 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롯데리아. 4000만 달러 투자를 계획하며 베트남 시장에 화려하며 진출했으나 매장 폐점이 이어지고 있는 버거킹. 이들 두 기업의 상반된 베트남 진출 결과에 대해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햄버거 프랜차이즈 경쟁 브랜드 롯데리아와 버거킹의 이른바 ‘극과 극’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산업통상부에 의하면 지난 2007년에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국이 된 이래 2015년 7월까지 사업을 허가받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48개로 집계됐다. 그 중 요식업 프랜차이즈가 43.7%를 차지하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 외식산업 브랜드 중 패스트푸드 분야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프랜차이즈 전쟁에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980년대 베트남의 문호 개방 이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1세대 외국계 요식업 브랜드는 필리핀의 Jollibee와 KFC, 그리고 한국의 롯데리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들은 2007년 이후 외국계 동종 브랜드들이 진입하기 전까지 10년가량 베트남에서 막강한 인지도를 쌓았다.

글로벌 외식산업 브랜드의 베트남 시장 점유율 [자료 : Euromonitor]
글로벌 외식산업 브랜드의 베트남 시장 점유율 [자료 : Euromonitor]
지난해 롯데리아의 요식업계 점유율 25.1%를 기록하며 요식업계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점유율에 힘입어 해당 브랜드를 소유한 롯데그룹의 시장점유율 또한 1위를 기록했다. KFC와 피자헛, 피자헛 Express를 소유한 업계 2위 ‘Yum! Brands Inc’가 시장의 20.5%를 점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요식업계 점유율이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외식사업으로 롯데리아(25.1%)와 Angel-in-us(0.2%)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12년, 4000만 달러 투자를 계획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버거킹의 프랜차이즈 계약업체인 Imex Pan Pacific(IPP)는 그야말로 참혹한 성적을 내고 있는 상태다. 진출 당시 5년 내로 베트남에 60개의 매장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4년이 지난 2016년 1월 기준, 버거킹 매장은 전국 16개에 불과하며 남은 매장들마저 하나씩 폐점하는 실정이다.

맥도날드도 베트남 시장에서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첫 개점 시 2만5000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맥도날드에 대한 평은 엇갈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10년 안에 전국에 100개의 매장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8개 매장만 영업 중이며 해당 매장들은 호찌민시에 한정돼 있는 상태다.

◆20여 년이 흘러도 점유율 1위 롯데리아, 2년 사이 폐점하는 버거킹. 왜?
현지화 성공여부가 이같이 상반된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베트남 요식업계를 이끌고 있는 롯데리아, KFC, Jollibee의 공통점은 맛과 가격을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이들은 패스트푸드의 본 의미에 충실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 적합한 가격, 정형화되고 신속한 서비스로 ‘일반 대중’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베트남 롯데리아에서 현지화해 개발한 메뉴 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롯데리아에서 현지화해 개발한 메뉴
지난해 5월에 시장조사업체 DI Marketing이 현지인 18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이 롯데리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배달서비스와 다수의 점포로 접근성이 용이하고, 가격 프로모션 행사가 만족스러우며, 음식 메뉴가 현지인들의 입맛에 적합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패스트푸드 업계 관련자들은 버거킹의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햄버거 가격이 타 브랜드보다 비쌀뿐만 아니라 주력상품으로 햄버거만 고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 현지인들 중에서 일상 음식으로 햄버거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인데, 외국의 입맛을 그대로 베트남 시장에 맞추려 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는 것이다.

앞서 DI Marketing 조사 결과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 종류는 튀긴 치킨(82%), 피자(68%), 햄버거(64%)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롯데리아에서 매출이 높은 메뉴 역시 치킨, 밥, 햄버거 순이었다.

맥도날드 또한 같은 이유로 베트남 시장에서 부적응 프랜차이즈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주메뉴가 햄버거인 맥도날드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튀긴 치킨 메뉴는 선택이 한정돼 있고, 주력상품인 햄버거의 가격도 주 경쟁업체인 롯데리아와 KFC보다 높게 책정돼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경우, 중산층 이상만이 맥도날드를 일상적인 끼니 해결의 장소로 선택할 수 있다. 맥도날드 빅맥의 단품 가격은 약 3300원이고, 세트메뉴는 4300원이다. 반면 2015년 기준, 베트남의 1인당 평균 월소득은 450달러다. 대도시에서 시간당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패스트푸드점은 시급이 1만5000동(750원) 근처로 형성돼 있다.

KFC와 롯데리아는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해 햄버거 외에도 치킨과 밥을 이용한 메뉴를 주력으로 판매해 왔다. 특히 밥 메뉴는 KFC와 롯데리아가 2010년부터 주도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메뉴들은 현재 두 브랜드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양 브랜드의 치킨과 밥을 함께 파는 메뉴는 베트남인들이 끼니로 자주 찾는 현지 음식 C?m tấm ga(껌떰가)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메뉴는 현지인에게 친숙함을 줘, 패스트푸드점에 친숙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프로모션 행사로 인해 현지 음식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Jollibee와 버거킹도 트렌드에 따라 비슷한 메뉴를 도입했지만 현지 소비자들에게 이미 KFC와 롯데리아의 밥 메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매출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코트라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갑자기 등장한 외국 브랜드가 베트남인들의 식생활을 갑자기 바꾸고 트렌드가 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면서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KFC와 롯데리아처럼 새로운 브랜드에 친숙해지는 계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