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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장기 저성장 공포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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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장기 저성장 공포 지나치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정원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2015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2.6% 상승에 머물러 정부의 목표치인 3.0%를 밑돌았다. 이로써 2012년 이후 다시금 3%를 밑돌게 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더해 경제 외적인 충격도 성장률 부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의 성장률은 소비 부진에 의한 위축으로 2.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근본적 경제 펀더멘털의 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펼쳐진 소비진작 정책의 일환으로 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조치는 소비와 판매에 대한 패턴을 극적으로 바꾸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하여 3분기와 4분기의 전기 대비 민간소비는 각각 1.2% 1.5%를 기록했다. 또한 전기 대비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수출의 저점 통과라는 기본 입장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편 1월 기준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연속으로 하락한 것으로 소비의 위축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소비지출전망지수는 여전히 107포인트를 기록하여 기준선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고소득일수록 소비지출 전망이 높아진다는 점은 소비액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수입 전망과 가계저축, 가계부채 전망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여전히 소비경기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판단해도 무방하다. 이번에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의 하락 역시 하루가 멀게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발표되는 것이 경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진 것이라 판단된다.

성장률이 몇 %가 되면 긍정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보일까? 한국의 성장률은 1980년대에는 8.8%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1990년대에는 7.1%를 달성했다. 또한 2000년대에는 4.7%의 성장률이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2010년 이후 성장률은 얼마일까? 약 3.5%이다.

중국이 최근 7%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수치만으로 절대 비교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경제성장론의 고전인 솔로 모형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러 경제 여건이 유사한 상황이라면 1인당 자본량이 적은(가난한) 국가가 1인당 자본량이 많은(부유한) 국가보다 성장률이 높게 형성된다.

단적인 예로 1980년대의 미국의 성장률은 평균 3.1%를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일본도 같은 기간 4.4%를 기록했다. 주지하다시피 이들 국가는 그 당시 한국보다 부유한 국가였기 때문에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솔로 모형으로 돌아와서 이를 해석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보다 부유했던 국가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더 견조하면서 빠른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흐름에서 한국 경제는 세계 평균 수준으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신흥국의 위치에 서서 세계 평균 성장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흥국의 지위에서 선진국의 지위로 진입하기 직전 수준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는 것은 수년간 1% 중반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1인당 소득을 비교해 분석한 자료로 입증할 수 있다. ‘얼마의 경제성장률이면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필자는 물론 높을수록 고속성장을 하는 것이지만 솔로 모형 등으로 살펴봤듯이 고속 성장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이며 이대로가 좋다고 판단한다. 장기 저성장 우려는 10년 후에나 고려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공포심 해소가 요구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