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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같은 글로벌 경제, '차이나 쇼크' 안전지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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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같은 글로벌 경제, '차이나 쇼크' 안전지대 없다

[글로벌이코노믹 조은주 기자] 신흥국 경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있으며 외환위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개 주요 신흥국 통화가치를 반영하는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2011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다 이달 초에는 최저치인 67선까지 떨어졌다.
특히 미국의 금리 동결 이후에도 이러한 움직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성장 둔화다. 중국 정부계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23일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0%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인구 구성의 변화 등에 따라 중국 경제가 구조적인 감속 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게 된다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세계 각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중국 자본이 안전자산인 달러나 엔화로 빠져나가고 이 영향이 신흥국까지 미칠 것이란 얘기다.

중국 정부계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0%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 사진 = 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정부계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0%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 사진 = 뉴시스


실제 중국발 경제 위기는 대(對)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와 남미 신흥국에 이미 옮겨붙었다.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일본, 한국, 대만의 7월 수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5% 떨어졌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기대온 칠레는 올해 GDP 성장률이 반 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칠레의 2010∼2013년 연간 성장률은 4%대였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수출의 60%를 금, 석탄 등 원자재에 의존하는 국가다. 최근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올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4.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말레이시아 링깃화 역시 올해 초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의 달러 대비 환율은 지난해 말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2.5헤알을 기록하고 있다. 또 멕시코 페소나 터키 리라화도 올 들어 달러에 비해 각각 11.3%, 22% 가량 하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와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로 신흥 시장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이 여파가 신흥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위기가 번지기 때문이다.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들 국가가 글로벌 위기에서 비켜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면서 ‘엔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105엔대에 머물렀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9월 현재 120엔 대까지 뛰어올랐다.

엔화 약세 정책으로 간신히 경제 숨통을 틔워놓은 일본으로서는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워진다.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라 달러 강세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몇 달간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리면서 전 세계에 값싼 중국산 제품이 유통되면 선진국들로서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더 어려워진다. 중국과는 교역량이 많지 않더라도 가격적인 면에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장기간 전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것처럼 세계 실물경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이 무너지면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여지가 크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