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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후속작 '파수꾼', 인종차별 논란 속 판매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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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후속작 '파수꾼', 인종차별 논란 속 판매 돌풍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미국의 국민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 '파수꾼'(Go Set a Watchman)이 주인공의 '변절' 논란 속에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켜 출간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작가 하퍼 리(89)가 55년 만에 펴낸 '파수꾼'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70개국에서 출간됐다. 하지만 출간에 앞서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변신하면서 전 세계 독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실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는 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정의의 화신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강간 가해자로 누명을 쓴 흑인 청년을 변호했던 그가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인 '파수꾼'에서는 '흑인들은 유아기나 다름없는 종족이기에 온전한 시민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자 집단 'KKK'에 가담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흑인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애티커스 변호사가 늙은 인종주의자로 돌변한 게 논쟁의 핵심이다.

하퍼 리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작품 '앵무새 죽이기'(1960)는 세계에서 4000만부 이상 팔리며 20세기 영미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로 꼽혔다. 이번에 출간된 '파수꾼'은 그가 '앵무새 죽이기'를 쓰기 전에 먼저 썼던 첫 소설이지만, 시간상으로는 '앵무새 죽이기'로부터 20여년 뒤 이야기다.

독자 일부는 미국의 영웅으로 자리를 잡은 애티커스 변호사의 '변절'을 수긍할 수 없다며 선주문을 취소하거나 소셜 미디어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스앤노블은 '파수꾼'의 첫날 매출이 소매상들의 예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은 이날 현재 전체 서적 가운데 파수꾼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 사건 등을 계기로 인종차별 논란이 사회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파수꾼 출간이 최근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인종간 갈등과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는 평가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