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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활동가들도 노동자…적정한 처우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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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활동가들도 노동자…적정한 처우개선 필요

[재난구조의 경제학3(끝)] NGO 역시 돈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타 국가에서의 지원 사업은 두 종류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정부가 정부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공적 원조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 차원에서 모금을 하여 현지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민간 원조이다. 각각 규모의 차이는 있다.

현재 한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원조는 KOICA가, 일본은 JICA, 미국은 USAID에서 전담하고 있다. 민간 원조는 주로 각각의 NGO에서 자체적으로 모금 운동을 하여 현지에서도 지정된 구역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나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 큰 규모의 NGO는 한 국가 안에서도 다양한 지역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 4월 25일 대지진 이후 네팔에서는 총 51개의 한국 국적 NGO가 활동했으며 신두팔촉, 다딩, 랄리푸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주거, 의료, 아동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했다.
경제침체로 후원금 크게 줄어

1950년대에만 해도 한국은 전 세계 NGO와 봉사단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 중 하나였다. 6·25전쟁으로 모든 걸 잃어버린 한국은 당시 자립이 불가능해 보였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을 돕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왔다.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평화봉사단 단원들은 후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미 외교 관계의 주요 인물들로 성장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일본의 뒤를 이어 국제원조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고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사례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무이하다. 현재에는 KOICA 봉사단을 비롯하여 KOPION 장기봉사단, 프로젝트 말라위의 RA, 각종 NGO와 종교단체의 단기 봉사단이 전 세계 빈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NGO의 가장 큰 수입원은 주로 후원자들이 모금해주는 돈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침체기에 들어가고 NGO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각각의 NGO가 유용할 수 있는 자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샘물교회 사건 등 몇몇 봉사단체들이 현지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NGO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역시 떨어졌다.

이번 네팔 지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내고 싶어도 신뢰할 수 있는 단체가 없어서 혼란스러워했다는 점이다. 또한 유니세프,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 미디어 홍보가 가능한 큰 NGO에 후원금이 몰리면서 큰 NGO와 작은 NGO 간의 빈부격차마저 생겨났다. 마지막으로 ‘NGO는 봉사를 하기 위한 단체이므로 급여를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이 생겨나면서 NGO 소속의 활동가들은 적은 월급으로 강도 높은 업무와 잦은 출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영어가 능숙하고 각종 국제 정세의 변화에 민감한 능력 있는 NGO들은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봉사 업계를 떠나고 있다. 심지어는 ‘NGO에서 만나 결혼한 남녀는 NGO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는 농담까지 유행처럼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4인이 만든 네팔 지원 프로젝트 Smile back Nepal의 최민욱씨와 신두팔촉 주민들. 네팔 지진 이후 네팔 거주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초소형 프로젝트로서 현재 지진의 근원지인 신두팔촉 지역에서 파종 씨앗을 지원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 농경 지역인 신두팔촉에서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농기구와 파종 씨앗이 전부 묻혀버렸으나 Smile Back Nepal의 지원으로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이미지 확대보기
4인이 만든 네팔 지원 프로젝트 Smile back Nepal의 최민욱씨와 신두팔촉 주민들. 네팔 지진 이후 네팔 거주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초소형 프로젝트로서 현재 지진의 근원지인 신두팔촉 지역에서 파종 씨앗을 지원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 농경 지역인 신두팔촉에서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농기구와 파종 씨앗이 전부 묻혀버렸으나 Smile Back Nepal의 지원으로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재난지역 물품구입 쉽지 않아
NGO와 재난 구호에는 돈이 필요하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민에게 지원되는 돈이다.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현지 주민의 독립심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발전까지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 받은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간의 갈등까지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보통은 필요한 생필품과 의약품 등을 구매하여 물품으로 전달하는데 현지에서 구매 가능한 것은 가능한 한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현지 상인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거시적으로는 현지 시장의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물가가 매일매일 달라지는 재난 지역에서 생필품을 찾아 구매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과는 달리 인터넷 쇼핑 등이 불가능한 개발도상국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찾기 위해 며칠씩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구매한 물품을 운송하는 비용 역시 후원금에서 충당한다. 네팔의 경우 우기로 인하여 산사태가 우려되면서 산악지역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4륜 구동 자동차의 렌털비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지에서 생활하는 활동가의 급여와 현지 생활비 및 현지까지의 이동 비용이 들어간다.

활동가들 자비로 생활비 충당

현재 네팔에서는 긴급 구호를 위해 들어왔던 NGO들은 대다수 떠났고, 장기적인 복구 지원을 위한 NGO들만 남아 약 20개 단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개인으로 온 활동가들과 한국에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몇몇 개인이 프로젝트로 활동하는 초소형 봉사단체도 있다. 그중 가장 뛰어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기존 네팔의 자원봉사자들이 네팔 지진 이후 모여 만든 네팔 복구 프로젝트 Smile Back Nepal이다. 총 4명의 활동가 중 한국에서 2명이 모금을 맡고 현지에서 한 명이 활동 중이며 미국에서 다른 한 명이 자료 조사 및 번역 업무를 맡고 있다. 모두 네팔에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기에 네팔어가 능숙하고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 전달이 빠르다. 이 때문에 네팔 현지에 적합한 지원이 가능했다. 텐트와 식량 등은 이미 다른 단체에서 지원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네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파종 씨앗을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신두팔촉 커피 협동조합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거점 마을을 지정하고 현재 7개 마을에 씨앗 지원이 끝났으며 그 대상은 약 800가구에 이른다.

Smile Back Nepal에서 파종 씨앗을 지원 받은 네팔 신두팔촉 주민들. 총 프로젝트 후원 비용 1000만원에서 파종 씨앗 구매에만 700만원이 소모되었다. 향후 더 장기적인 지원을 진행하려면 더 많은 모금이 필요하기에 씨앗 지원 완료 이후 프로젝트의 향방은 현재 불분명한 상태이다. 현지 근무자인 최민욱씨는 생활비와 식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Smile Back Nepal에서 파종 씨앗을 지원 받은 네팔 신두팔촉 주민들. 총 프로젝트 후원 비용 1000만원에서 파종 씨앗 구매에만 700만원이 소모되었다. 향후 더 장기적인 지원을 진행하려면 더 많은 모금이 필요하기에 씨앗 지원 완료 이후 프로젝트의 향방은 현재 불분명한 상태이다. 현지 근무자인 최민욱씨는 생활비와 식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 총 모금 목표액은 1000만원이었다. 다행히 이는 모금이 완료되어 1차로 네팔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었다. 이 중 운영비는 총 15%를 넘지 않게 하자는 것이 목표로, 이 목표를 채우려면 현지에서의 생활비와 교통비가 가능한 한 줄어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활비는 모두 활동가 개인의 자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숙소 역시 네팔인 친구의 무너진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포스터 제작비, 미팅 비용 역시 4명의 활동가들이 자비로 부담했다. 이동은 모종 씨앗을 나르는 트럭의 보조석을 이용하거나 네팔 주민들과 함께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이런 상황은 굳이 개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4명 모두 NGO 근무 경험이 있으며 근무 당시인 2010년 4명의 월 급여가 전부 합쳐서 3000달러를 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대다수 NGO들의 급여는 100만원에서 150만원 전후이며 출장수당이나 야근수당은 전혀 책정되지 않는다. 이렇게 개인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는 4대 보험조차 없다.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현지에서 계속 활동을 원하더라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이 예산은 안정적인 후원금이 있어야 세울 수 있다. 다달이 수입이 달라지는 소형 NGO로서는 불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NGO에게 돈을 지원해도 현지 피해 주민에게 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이러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NGO들이 열악한 현지 환경과 높은 업무 강도, 그리고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 대우를 받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열정’이 있고, 이 열정으로 인하여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NGO뿐 아니라 동기 부여가 확실한 예체능계, 미용사, 요리사 등 전문 직종 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네팔에서 활동했던 활동가들이 다시 네팔로 돌아오듯이 대부분 자신이 활동했던 개발도상국에 정이 들어 떠나지 못하거나 한국에서도 관련 업종을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이 있고 본인이 선택한 길이므로 이러한 대우를 감수하라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이다. 하지만 구호 및 봉사 업종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과 내 스스로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은 아예 다른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신의 길은 자기 스스로가 선택한다. 선택한 직업이 단지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대우를 받아들이고 자비로 식사를 충당하며 천막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과연 옳은 태도인가.

개발원조 국민인식 바뀌어야

한국은 국제 원조 수여국에서 국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사례로서 관련 행사와 보고서에서 이 말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홍보 문구의 이면에는 NGO 업계 종사자들의 힘든 생활이 자리하고 있다. 이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활동가들은 대부분 공부를 더 해서 동종 업계의 연구원으로 돌아오거나 기업의 사회 환원 관련 부서에서 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렇게 덩치가 커지면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다시금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과 지원하는 물품이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있는 NGO를 직접적으로 고용하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 원조 공공기관인 KOICA마저도 2년간의 자원봉사 경험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 현재 한국이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접어들면서 후원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국가에서 보조 받는 원조금액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짐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공적개발원조 지출은 2011년 기준 GNI의 0.12%로 개발원조국 평균인 0.34%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국가가 운용하는 국제 원조 자금과 KOICA의 운영자금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를 수많은 NGO가 나눈다고 해도 정작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크게 남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
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
결국 문제는 돈이다. 재난지역이라고 돈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물가가 뛰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NGO 활동이 자유로워지려면 당연히 더 많은 후원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후원금은 후원자 개인의 선택과 지원에서 발생한다. 어떤 단체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원할지는 후원자 스스로가 정한다. 그리고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NGO와 국제원조, 재난 지역 구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NGO는 봉사활동 단체가 아니라 국제 원조와 재난 구호를 전문적으로 돕는 비영리 단체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비영리 단체에서 근무하는 엄연한 노동자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후원하는 금액은 운영비와 인건비 등 다양한 지출을 거쳐 주민에게 전달된다. 수입에서 지출이 존재하지 않고 이윤만 남길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최근 한국 정부는 KOICA를 중심으로 창의적 가치 창출 프로그램, 개발협력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앞으로 한국의 개발원조가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국민들의 인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한국이 한 발짝 더 세계 사회로 다가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